현행 헌법은 총리의 역할과 관련해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제86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또 헌법은 총리가 각료 제청권(제87조 1항)과 해임건의권(제87조 3항)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하고, 총리가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내각 통할의 전제조건으로 대통령의 명을 받아야 하는 만큼 실제 권한 행사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1993년 김영삼정부 시절 임명된 당시 이회창 총리는 독자적으로 총리 권한을 행사하려다가 대통령과 사사건건 충돌하자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하겠다”며 4개월 만에 자진하차하기도 했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가 지난 3일 지명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총리가 헌법상 권한을 행사한 적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신임 총리의 내각 통할권 범위는 사실상 박 대통령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입을 모았다. 헌법학자인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총리의 실질적인 권한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헌법 정신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지시와 결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총리가 대통령 의사와 상관없이 국정을 운영하면, 곧 대통령이 법에 명시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고 이는 현행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각 통할을 하려면 결국 인사권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총리는 헌법상 독자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없지 않느냐”며 “박 대통령 발언은 법률상으로는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총리 권한행사를 놓고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총리에게 확실한 권한 이양을 약속하고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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