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문장이 제 무의식에 박혀 있었던 모양입니다.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들’? 7일 인터넷에서 이 같은 제목의 기사 를 보고 마우스를 클릭했습니다. 근거는 국제 시장조사기관 NOP의 ‘세계문화지수’(WCSI)였습니다. 1∼3위 나라를 보고 한국 순위를 살폈는데, 우리나라는 꼴찌더군요. 한국인은 책을 일주일에 딱 3시간6분 읽는답니다. 그런데 인도가 10시간42분이고 중국도 8시간이나 된다고? 심지어 러시아(7시간6분)도 프랑스(6시간54분)나 독일·미국(각 5시간42분)보다 책을 더 많이 읽었습니다.

일단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 초 발표한 ‘2015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관련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74.4%로 스웨덴(85.7%), 미국·독일(각 81.1%)보다는 낮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6.5%)과 별 차이가 나지 않았거든요. 한국의 독서율은 프랑스(74.7%)와 비슷했고 일본(67%), 이탈리아(63.6%)보다 높았습니다. 또 지난 3월 미국 ‘센트럴 코네티컷 주립대학’(SCSU) 연구팀이 내놓은 ‘세계 주요국 독해력 순위’ 를 보면 ‘읽기능력시험 점수’에 있어 한국은 61개국 가운데 1위 싱가포르에 이어 핀란드와 함께 세계 2위였습니다. 물론 전체 독해력 순위에선 22위에 그쳤지만 말입니다.
또 좀더 자세히 읽어보니 ‘한국의 독서시간 세계 꼴찌’ 조사 시점은 2005년이었습니다. 약 10년 전과 비교해 한국의 독서인구와 독서량은 크게 늘진 않았겠지만 세계 꼴찌는 인정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국민 독서실태 조사’를 살펴봤습니다. 자료에 따르면 ‘독서율’은 만 15세 이상 국민 중 1년에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말합니다. 성인의 ‘종이책 독서율 변화 추이’ (▶관련보고서 )를 봤더니 2006년 75.9%에서 지난해 65.3%로 되레 떨어졌네요.(ㅠ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여 ‘책 읽는 습관 들일 수 있는 여섯 단계 비법’입니다. 요즘 미국에서 잘 나가는 매체 ‘버지’(The Verge)의 크리스 플란테 기자가 최근 전한 체험기입니다. 결론은 ‘비디오게임과 리얼리티TV를 끔찍이 사랑했던 나는 어떻게 6개월만에 독서광이 됐나’쯤 될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더 많은 책을 읽자고 다짐한 그는 지난 4월 하루 책 15쪽 읽기를 실천해 6개월만에 그 누구보다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됐다고 합니다.
민섭 기자 stsong@segye.com
1. 당신이 쉬는 곳에 책을 놔둬라
뭔가 습관을 들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가급적 저항요소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일터에서 집에 돌아왔을 때 굳이 뭔가를 읽어야겠다고 애를 쓸 필요는 없다. 그냥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침대맡이나 소파 위 등 당신이 평소 쉴 수 있는 곳에 놔두면 된다.
2. 읽어야 할 게 아닌 읽고 싶은 책을 골라라
유명인사나 지인들이 추천하는 책을 골라선 안된다. 사람마다 독서 취향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당신이 진심으로 관심이 가는 책 4권을 골라라. 영화로 만들어진 베스트셀러도 좋고, 만화책도 상관없다. 점심 식사 자리에서 들은 책을 읽느라 한 달 동안 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3. 여가 시간을 새롭게 짜보자
기필코 오늘부터 당장 책을 읽겠다고 어깨에 잔뜩 힘을 줄 필요가 없다. TV를 보는 것처럼 평소의 여가 보내기가 즐겁다면 그것을 희생시키진 마라. 하지만 가끔 아무리 즐거운 일도 지겨울 때가 있다. 이때가 기회다. 책이나 다른, 뭔가 색다르고 즐거우며 남는 게 있는 일을 시작하자.
4. 독서에도 세팅이 필요하다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사람들이 많다. 밥을 먹으면서 TV를 보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을 때는 가급적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줄이자. TV는 당연히 끄고 스마트폰도 비행모드로 전환시키자. 오래된 습관은 결코 쉽게 새로운 것에게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5. 책을 반드시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계속 끝까지 읽을 필요는 없다. ‘모비딕’이나 ‘돈키호테’는 더욱 그렇다. 당신이 읽는 것을 섞는 게 좋다. 넌픽션 범죄스토리와 소설책, 10대를 위한 그래픽노블을 번갈아가며 읽는 게 독서습관을 들이는 데 훨씬 도움이 된다. 한번 끝까지 다 읽겠다는 의무감과 부담을 느끼면 책읽기의 즐거움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6. 매일 빠짐없이 책을 읽어라
매일 빠짐없이 책을 읽는 게 진짜 중요하다. 단 5쪽만 읽어도 된다. 매일 책을 읽다보면 마음의 저항이 줄어들고, 익숙해져 습관이 된다. 그러면 점점 책읽는 게 즐거워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송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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