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강원도 한 고등학교 학생 A군은 교내에 '급식 문제점 및 불만 사항'이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A군은 "같은 3300∼3500원 급식인데 다른 학교와 양적·질적으로 차이가 심하다"며 "지난 6월 9일 감자탕에는 뼈가 1개밖에 없었다. 삼계탕이라는 메뉴에는 닭이 없고 다리만…닭봉도 반찬으로 3개가 고작"이라고 적었다. 이어 "급식이란 적어도 학생이 먹고 배고프지 말아야 합니다. 급식이 매점 좋아하라고 주는 밥이 아니잖아요"라며 "학생이 밥을 안 먹으면 그 이유를 생각해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학교 급식 안 먹고 매점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소식을 접한 학교 측은 당혹스러워하면서 다음날 대자보를 떼고, 학생회와 급식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학교 측은 과거 민간업체가 하던 것을 이어받아 직영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급식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유독 판단이 다른 학생이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지금도 급식 상태가 예전과 달라진 것이 별로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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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한 고등학교 급식에서 천 조각이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SNS 화면 갈무리 |
지난 6월 말 대전 봉산초등학교 학부모 등이 SNS에 올린 급식 사진은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아이들이 받아 든 식판에 담긴 음식들은 사회통념상 한 끼 식사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우리 아이들 '헬조선'에 태어난 게 죄?
SNS상에는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 "안쓰럽고 안타깝다"면서 학교와 교육 당국을 성토하는 글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봉산초 학부모가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의 자체 조사결과 급식실 식탁·배식대·도마에서 기준치보다 수십배 많은 세균이 검출됐다.
5∼6학년 2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밥과 국·반찬에서 머리카락·휴지·플라스틱 조각 등이 나왔다는 응답도 있었다.
비대위는 비위생적 불량급식 책임을 물어 대전시교육청에 관련자 징계 및 영양사·조리사 전원교체, 급식 질 향상과 위생 상태 개선 계획 등을 요구했다. 비대위는 불량급식 실태를 폭로한 지 1년 넘도록 교육 당국은 전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사이 피해가 어린이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런 와중에 대전 동산초등학교에서 학생 70여명이 급식에 의한 식중독 의심 증세를 호소해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지 못할 뿐 급식 문제로 속을 끓이고 있는 학부모들도 부지기수다. 인천의 한 지역 초·중·고 통합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2달 전 학교 급식 모니터링에 참여했다가 배식량을 보고 깜짝 놀랐다. 조리 종사원들이 '잔반이 남지 않게 하라'는 지시에 따라 밥과 반찬을 터무니없이 적게 주는 것을 보고 항의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
◆학부모들이 항의, 아이들에게 반찬 던지듯 주는 곳도 있어
또 다른 학부모는 일부 급식 종사자들은 학부모 항의를 받으면 아이들에게 반찬을 던지듯이 주는 등 불친절하게 대한다면서 교육청이 급식 종사자에게 별도 인성교육을 하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는 폐기 대상 식재료로 만든 음식이 장기간 일선 학교에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

경북에서도 최근 학교급식소와 업체를 점검한 결과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제조 일자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을 보관한 16곳이 적발됐다.
이에 교육 당국은 수년 전부터 각종 학교 급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식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학교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지만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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