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뜨는 버스 도착시간 안내, 운전자의 눈과 귀가 되는 내비게이션, 도로전광판(VMS)에 고지되는 정체와 우회도로 알림. 우리에게 익숙한 이런 상황은 모두 지능형교통제어시스템(ITS) 덕에 가능해진 풍경이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율주행에 대한 관심과 관련 연구, 투자·지원도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차량에 고도의 센서를 늘려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일은 비용으로나 기술로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 간 ITS워킹그룹을 구성, 지난 4년간의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의 차량 기술과 현대건설의 인프라 건설 노하우가 합쳐진 이 같은 행보는 향후 국내, 국제적으로 도로·교통 분야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TS는 교통체계에 전자·정보·통신·제어 등 지능형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으로, 교통 혼잡을 해소하고 안전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국토교통부는 총 180억원이 투입되는 ITS 시범사업 구간을 대전~세종 87.8㎞로 확정짓고 7월부터 미래창조과학부와 협력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도로 등 관련 인프라와 차량, 정보통신기술 간의 융합을 고도화하는 이 사업이 성공하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핸들이 없는 차량으로 도로를 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국내 최대 차량부품 전문기업인 현대모비스, 정보기술(IT) 기반의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엠엔소프트가 워킹그룹에 참여했고 첫 성과물이 2014년에 개발된 ‘차량 정보 이용 노면온도 예측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결빙 등의 도로 상태를 차량 안에 장착된 단말기나 도로교통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술이다. 국내 최초로 개발된 이 기술은 기상관측 장비에 의존한 기존의 도로기상정보시스템(RWIS)과 달리 차량 외기온도, 도로의 노변센서, 기상청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기 때문에 터널이나 음영구간의 제약 없이 도로 전 구간의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현대건설은 이 기술을 현재 시공 중인 제2영동고속도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기온차가 큰 강원지역으로 이동 시 정체를 완화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과 강원도 원주시 가현동을 잇는 제2영동고속도로는 총연장 56.95㎞, 교량 76개소, 터널 12개소, IC 6개소, 영업시설 8개소 등을 짓는 총사업비 1조5397억원(보상비 포함)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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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잡구간 주행지원시스템의 시범주행 모습. 현대건설 제공 |
터널 내 대피안내시스템은 하지만 차량 내에 설치된 차량 진단·감시 모듈(OBD) 데이터를 무선통신으로 송수신해 차량의 상태를 실시간 파악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터널 내에 멈춰선 차량이 정체 때문인지, 사고에 의한 건지, 고장에 따른 건지 빠르고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사고의 성격에 따라 터널 내 후방 차량에는 가까운 우회 비상통로를, 터널 밖 차량에는 진입 중지 안내를 송신해 2차 사고를 최소화하는 장점도 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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