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배를 위해 다른 동물원으로 옮겨지던 기린이 수송 작업 중 죽는 사고가 대만에서 벌어졌다.
일부 동물 보호 단체는 기린이 폐렴을 앓고 있었던 사실을 지목하며, 동물원이 무리하게 기린을 옮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차이나포스트와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앞선 10일 대만 레오푸 빌리지 동물원에서 일곱 살 기린 한 마리를 약 70km 떨어진 다른 동물원으로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레오푸 빌리지 동물원은 근친교배를 막으려 기린을 다른 동물원에 옮기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중 문제가 생겼다. 기린은 폐렴을 앓고 있었는데, 좁은 컨테이너에서 고정된 자세로 있다 보니 근육 손상까지 온 탓에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수송작업은 즉시 중단됐다. 동물원 측은 컨테이너에서 다시 기린을 꺼내려 마취제를 주사했으며, 수의사들은 X-레이 촬영으로 기린의 건강상태를 살펴본 뒤 해독제도 주사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기린의 맥박에는 별 이상 없었다. 그러나 의식을 되찾은 뒤 호흡곤란 증세를 보인 기린은 심정지 상태를 일으켰다.
결국 기린은 수송작업 시작 4시간여 만에 죽었다.

수의사들은 기린이 폐렴을 앓는 데다가 수송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동물원 측은 기린 수송작업을 한 차례 연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두 번째로 시도한 작업 중 기린이 죽으면서 동물원 측은 비난의 화살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만의 한 동물 보호 단체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진작에 막을 수 있었다”며 “안타깝게도 비슷한 일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가 말한 ‘비슷한 일’이란 최근 대만의 한 공항에서 발생한 동물 집단 폐사를 말한다.
말레이시아로 옮겨질 예정이던 고양이와 개 그리고 새 수백마리가 타오위안 공항 화물창고 컨테이너에서 떼죽음을 당했는데, 직원의 실수로 방치된 동물들이 외부 온도가 섭씨 30도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달궈진 컨테이너를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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