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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창의 따봉 리우] 남북 체조선수 셀카에 담긴 올림픽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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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08 20:29:12 수정 : 2016-08-08 21: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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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같이 사진 찍어요.”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 이은주(17·강원체고)는 지난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훈련 도중 북한 체조 국가대표 홍은정(27)에게 셀카를 찍자고 제안했다. 이은주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어 홍은정과 사진을 찍었다. 두 선수가 사진 찍는 장면은 외신에 포착됐고 이후 트위터 등에서 급속도로 퍼지며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8일 기자와 만난 이은주는 홍은정에 대해 “방송에서 많이 보고 아시아선수권에서도 한 번 봤다. 평소 대단한 선수라고 생각했다. 자주 볼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 기념으로 한 장 찍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홍은정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도마 금메달리스트다. 이날 도마에서 15.683점을 기록한 홍은정은 이 부문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기계체조 국가대표 이은주(왼쪽)와 북한 국가대표 홍은정이 지난 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아레나에서 연습 도중 다정한 포즈로 셀카를 찍고 있다.
이은주 선수 제공
이은주는 리우올림픽 한국 선수단 최연소 출전자다. 여자 기계체조는 이고임이 출전하려고 리우까지 왔다가 훈련 첫날 왼팔이 골절돼 짐을 싸서 돌아갔다. 갑작스레 연락을 받은 이은주는 지난달 30일 리우에 입성해 약 일주일 훈련한 뒤 경기에 나섰다.

이은주는 이날 마루 연기를 위해 경기장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숨을 크게 한 번 내쉬더니 로베르티노 로레티의 자메이카에 맞춰 기량을 뽐냈다. 첫 무대라 긴장한 탓인지 얼굴이 어둡던 이은주는 두 번째 종목인 도마부터 차츰 표정이 밝아졌다. 이단평행봉과 평균대까지 마친 이은주가 받은 점수는 51.399, 전체 53위다.

이은주는 연기가 미흡했지만 홍은정과의 셀카로 단숨에 대회 스타가 됐다. 대체선수로 뽑혀 올림픽에 나와 북한 선수와 인연까지 맺었다. 또 이날 이은주는 경기 내내 같은 조에 속한 홍은정과 손을 맞잡고 서로를 응원했다. 연습할 때는 미끄럼 방지용 탄산마그네슘도 빌리는 등 짧은 시간 같은 조에 배치돼 사이가 돈독해졌다.

이은주는 자신의 연기 점수에 90점을 줬다. 준비 없이 나간 대회에서 부상 없이 잘 마무리해서다. 하지만 기자는 10점을 더해 100점을 주고 싶다. 경기를 통해 선수들끼리 화합하며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올림픽정신을 제대로 실천한 선수가 한국 선수단 막내 이은주이기 때문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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