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7월 7일 개통한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량은 46년이 지난 현재 100배 이상 늘어났다. 차량이 증가할 때마다 도로 폭을 늘리는 노선확장을 통해 이 구간은 이미 2차선에서 8∼10차선으로 확장됐지만 급증하는 차량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한계에 봉착했다. 이 때문에 양재∼한남IC 구간은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상습 정체구간으로 악명을 떨치며 운전자들의 기피노선이 된 이 구간의 재정비가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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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
서초구가 추진하고 있는 지하화 사업은 대심도와 저심도 개념으로 나뉜다. 강북과 올림픽대로로 이어지는 교통량은 급행 터널인 대심도로 보내고 서초·강남 등 도심지 이용 차량은 완행 터널인 저심도를 이용하도록 분리해 고속도로의 원래 기능을 회복시킨다는 것이다.
교통류를 강남과 강북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지하화 사업의 핵심이다.
고속도로 지하화로 인해 도로가 있던 지상에는 여의도공원의 3배인 약 60만㎡의 녹지가 생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랜드마크로 조성된다고 한다. 녹지에는 다양한 문화 및 상업시설과 R&D(연구개발)단지가 조성돼 단절 지역의 복원은 물론 지역 발전을 견인하게 된다. 3조∼4조원에 이르는 지하화 사업 공사비는 지상공간 개발비로 충당해 세금 투입을 최소화한다.
도로 지하화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각광받는 도시재생 방법이다. 미국 보스턴이 고가도로를 지하화하면서 기존 도로가 있던 지상공간을 공원으로 만든 ‘빅딕(Big Dig)’은 관광객이 즐겨찾는 명소로 유명하다. 시애틀의 알라스칸 웨이(Alaskan Way), 프랑스 파리의 A86 웨스트 벨트웨이(West Beltway), 일본 도쿄의 중앙환상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스마트 터널(Smart Tunnel), 스페인 마드리드의 M30 등도 대표적인 도심 지하도로다.
서초구는 양재∼한남IC 구간의 지하화 첫발을 오늘 공식적으로 내디딘다. 오늘 오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지하화를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한다. 오는 10월에는 교통부문을 중심으로 한 2차 세미나를 열며, 11월에는 재정 확보 방안 및 사업 실현화를 위한 3차 학술세미나를 진행한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기초자치단체에 불과한 서초구가 지역을 살리고 국내 도로 교통 행정에 한 획을 긋는 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의 타당성 확보는 물론 지원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연직 사회2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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