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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을 불허한 사실이 알려진 5일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의 CJ헬로비전 본사 안내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공정위의 심사결과가 늦어지면서 공정위가 이번 인수합병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지됐다. SK텔레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인수조건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았다. 그러나 불허 결정이 나오자 SK텔레콤은 “인수합병 이후 대규모 콘텐츠, 네트워크 투자 등을 통해 유료방송 시장 도약에 일조하고자 했던 계획이 좌절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CJ헬로비전도 입장자료를 내고 “경쟁력을 잃어가는 케이블 산업 내의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아 고사위기에 몰아넣는 조치”라며 강력 반발했다.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CJ헬로비전은 심사보고서를 조목조목 반박하기도 했다. CJ헬로비전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가입자를 합해도 KT에 이은 2위에 불과하다”며 “양사의 합병이 불허됨으로써 오히려 KT의 독주 체제가 더욱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유료방송 시장 획정을 전국이 아닌 지역별 권역 기준으로 적용해 유료방송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가 강화된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시대 흐름에 역행한다”며 반발했다. CJ헬로비전은 “유료방송시장은 이미 IPTV 등 전국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되어가고 있는 방송통신시장의 흐름으로 볼 때도 매우 구태한 잣대”라며 “그간 정부가 추진한 방송산업의 규제 완화 정책과도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방송통신, 케이블TV 업계 후폭풍 거셀 듯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예상 밖 강수에 SK텔레콤이 인수합병 신청을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날 공정위 결정에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적극적인 소명 의지를 보이지는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전원회의에서 한 발 물러서 인수합병 승인으로 선회한다 해도 강력한 인수조건을 내걸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합병의 실익이 없어지므로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방송은 늘 정치적 상황이나 입김이 영향을 미친다”며 “공정위 내부 판단일 수도 있지만, 정치적인 영향이나 고려를 배제하지 않는다면 SK텔레콤이 행정소송 등을 불사하며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결정이 아직 남아 있지만, 공정위의 이례적인 조치로 두 부처도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심사에서 사실상 불허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미래부와 방통위가 이를 번복, 다른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번 인수합병 불허가 현실화되면 방송통신업계와 케이블TV업계에 미칠 후폭풍도 상당할 전망이다.
인수합병을 전제로 사업계획을 수립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은 영업 차질과 그룹 차원의 전략 재수립이 불가피하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됐던 케이블TV구조 개편과 방송통신 이종기업 간 결합과 융합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 판단대로 권역별 기준을 적용하면, 지역별 방송 권역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모두 경쟁제한에 걸리게 된다”며 “사실상 케이블TV 인수합병은 물론 향후 IPTV 사업자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결합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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