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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웰컴 투 파타고니아] 오롯이 두 발로만 닿을 수 있는 세상의 끝

입력 : 2016-06-30 10:00:00 수정 : 2016-06-29 20: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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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의 끝자락 파타고니아
여정이 시작되는 칠레의 푸에르토 나탈레스는 설산으로 둘러싸여 평화롭기 그지없다.
누구나 세상 끝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둥근 지구에 ‘끝’이 있을 수 없지만, 세상 끝에 서서 그 너머 미지의 영역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은 비단 ‘탐험가’만의 몫은 아니다.

지구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묶이고 모든 일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해외 여행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세련된 도시로의 여행, 인류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역사 속으로의 여행, 풍요로운 문화의 향연을 즐기는 여행까지. 수많은 여행이 우리를 유혹한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역시 인간의 손길보다는 자연의 위대함이 지배하는 곳, ‘세상 끝’으로의 여행이다.

‘세상 끝’이라는 수사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남미 대륙의 최남단 파타고니아(Patagonia)다. 파타고니아는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쳐 있는 한반도 5배 크기의 광활한 대지이다. 지리적으로는 남위 40도 부근을 흐르는 콜로라도강 이남 지역부터 대륙 끝에 이르는 역삼각형의 지역이다. 우리와는 지구의 정반대 편에 있다. 시간도 한국보다 12시간 느리다. 태평양과 면하고 있는 서쪽에는 남쪽으로 길게 안데스산맥이 뻗어 있고 동쪽으로는 고원과 낮은 평야가 대서양까지 펼쳐져 있다. 이 광활한 대지에 거주하는 이는 200만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인류의 손길이 닿지 않은 바람과 구름과 자연이 지배하는 텅 빈 대지인 것이다. 그 위에서 많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었고 자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탐험가들과 여행가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인다. 바람과 구름이 태초의 자연과 어우러진 수많은 트레킹 코스가 안데스산맥과 고원지대, 빙하지대를 가로지르며 펼쳐져 있다.
넓은 들판 아래 아르헨티나 국기가 휘날린다.

파타고니아라는 명칭은 거인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당시 원주민이었던 테우엘체족에서 유래했다. 1520년 이곳에 도착한 마젤란과 그의 원정대는 평균 키가 180cm에 달하는 테우엘체족을 보고 ‘커다란 발’이라는 의미의 ‘파타곤(Patag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타곤은 당시 유행하던 스페인 소설에 등장하는 거인족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마젤란 일행에게는 자신들보다 20㎝ 이상 크고, 추위를 이기기 위해 커다란 털가죽을 덮어쓴 원주민들이 거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파타고니아라는 지명은 ‘거인들의 땅’이라는 뜻으로 당시 원주민이었던 테우엘체족에서 유래했다. 1520년 이곳에 도착한 마젤란 원정대는 평균 키가 180cm에 달하는 테우엘체족을 보고 ‘커다란 발’이라는 의미의 ‘파타곤’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파타고니아는 바람의 땅이기도 하다. 연중 기온은 낮고 바람이 거세다. 최대 풍속이 사람이 버티기 어려운 초속 60m를 넘기도 한다. 영국 탐험가 에릭 시프턴은 이곳을 ‘폭풍우의 대지’라 불렀다고 한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이 안데스산맥에 부딪히면서 칠레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린다. 그렇게 내린 비와 눈이 이 지역에 대규모 빙하를 형성했다고 한다. 안데스산맥을 넘은 바람은 고원으로 내리쏟아지고 남극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강한 편서풍을 만들어 낸다.

바람의 영향으로 파타고니아의 꽃들은 키가 작다. 나무들은 바람에 따라 온몸을 비틀고 있으며 사람들은 날아가지 않게 지붕 위에 돌을 얹어 둔다. 기댈 곳 없는 여행자들은 온몸을 감아 도는 바람에 저항하기 쉽지 않다. 뜨거운 태양부터 차가운 바람이 경쟁하듯 수시로 날씨가 변한다.
 
파타고니아의 로스 쿠에르노스 산장 아래 펼쳐진 페오에 호수. 바람결에 따라 호수가 넘실거린다.

지구 정반대 편, ‘세상 끝’에 있는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로의 여행은 오랜 소망 중 하나였다. 순수한 대자연의 땅. 오롯이 두 발로 내디뎌야 그 신비로움에 닿을 수 있는 야생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으며 파타고니아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그곳에 가면 드넓은 팜파스(대초원)의 확 트인 자유로움과 지치지 않고 어깨를 쓰다듬는 바람의 손길이 내 마음의 어지러움을 흩날려줄 것이란 기대를 품고서 말이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에 높게 솟은 봉우리마다 자연의 위엄과 여행객의 설렘이 겹쳐 있다.

여행은 가을에 시작됐다. 지구 반대편의 파타고니아는 봄에 해당된다. 사실 파타고니아의 여행 적기는 한국의 겨울인 12월부터 2월까지다. 남반구의 여름으로 파타고니아에는 야생화가 만발하고 날씨도 평온하다. 물론 성수기라 모든 시설이 붐비고 비용 또한 높아진다. 오히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는 9월부터 11월까지가 여행객도 덜 붐비면서 파타고니아의 자연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인 만큼 여행철이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현지에서 혼란을 겪지 않으려면 사전에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안에 있는 라스 토레스 호텔 주변에는 ‘자연의 고요’가 숨쉬고 있다.

파타고니아로 가기 위해서는 미국을 경유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도착한 다음 국내선으로 환승해 칠레 남부에 위치한 푼타 아레나스까지 가야 한다. 아르헨티나를 통한다면 미국을 경유해 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 다음 바릴로체나 엘 칼라파테에서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로 들어가든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인 만큼 30시간에 가까운 이동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12시간에 달하는 시차도 적응해야 한다. 두 나라 사이의 이동엔 제약이 없다. 노선 버스가 양국을 빈번히 오가고 있으며 여권만 확인받으면 출입국 절차도 간단하다.

미국 휴스턴 공항을 떠난 비행기가 칠레 산티아고 공항에 접근한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는 파타고니아지만 칠레의 여행은 산티아고에서 시작될 것이다. 오랜 비행에서 지친 몸을 달래고 12시간의 시차에 적응하기 위한 산티아고는 그 자체로도 매력적인 여행지이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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