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전 회장 발언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경영에 대한 산은 책임론을 면피하기 위한 변명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가 채권단 의견이나 시장 논리는 배제된 채 정부의 정치 논리에 의해 결정됐다면 말로만 떠돌던 관치금융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2013년 STX조선해양, 팬오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정부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시장 붕괴로 파장이 크니 산은이 무조건 채권단 공동관리를 통해 떠안으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산은은 손실 부담을 우려해 팬오션 지원에 끝까지 반대했으나 STX조선에는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결국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혈세만 날린 꼴이 됐다.
청와대 본관 서쪽에서 열리는 서별관회의는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해 주요 경제정책을 조율한다. 경제 분야 최고위급 회의체이긴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운영되며 회의 기록을 남기지 않아 ‘밀실’ 논란을 빚기도 한다. 지난 2013년 최수현 금감원장은 국정감사 당시 서별관회의에서 동양그룹 사태 대책을 논의한 사실을 부인했다가 위증 시비에 휩싸였다.
구조조정과 같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논의할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문제는 서별관회의에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데다 회의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를 앞세우다 보니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부실 기업을 털어내기보다는 정권 안정 차원에서 시간만 끌다가 화를 키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그 사이 국책은행인 산은의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차제에 회의체를 공식화해서 의사 결정에 대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그러지 않으려면 아예 폐지하고 당·정·청 고위협의체 등 다른 공식 회의체를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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