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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나리의 TV프리즘] 가족 리얼리티 예능 속 화려한 삶에 기죽는 시청자

입력 : 2016-05-10 17:45:15 수정 : 2016-05-11 17: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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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연예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구나 자신 아닌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하고,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 혹은 관음 심리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인간 본능을 건드린 예능 형식이 관찰 예능이고, 이는 육아 및 가족 리얼리티로 자리잡았다. 연예인의 삶이 고스란이 전파를 타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도 노출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연예인과 그들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시청자는 화면 곳곳 연예인의 주거공간에 눈길이 머문다. 하물며 그들의 소지품까지 디테일한 부분까지 시청자의 관심이 닿는다. 인터넷 검색창에 '삼둥이'만 검색해도 삼둥이 매트, 식탁의자, 유모차 등 방송에 나온 삼둥이의 착용 아이템이 연관 검색어로 뜨는 것만 봐도 인기 리얼리티 예능의 파급력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방송 중인 연예인 가족 리얼리티 예능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SBS '오 마이 베이비', TV조선 '엄마가 뭐길래' 등이다.   

육아의 고충, 자녀와 소통 문제 등 가족 예능이 시청자와의 공감을 위해 건드린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하지만 연예인이 머무는공간 구석구석 시청자의 관심이 미치는 동안 이들 프로그램이 드러내려는 주제는 뒷전으로 밀린다. 넓고 쾌적한 주택과 고급스런 인테리어 등 보통 시청자의 삶과 동떨어진 공간에서 보여지는 고민은 선뜻 공감으로 와닿지 않는다. 


특히 육아 예능은 애초 연예인 부모의 육아를 통해 시청자가 공감하는 육아의 고충을 보여주겠다는기획의도로 출발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그런 취지는 퇴색하고 있다. 그저 스타 자녀의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고, 게스트 섭외를 통해 화제가 될만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연예인이 육아를 하는 모습은 이질감을 갖게 하고, 그들이 말하는 고충 또한 공감보다는 이해할 수 없는 '투정'으로 비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시청 중 위화감과 죄책감을 은연중 심어준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고급 주택에서 값 나가는 육아용품, 장난감을 사용하는 모습은 일부 시청자에게 위화감으로 다가오는 측면이 있다. 자녀와 추억을 쌓고자 시간을 보내는 연예인 부모의 모습은 생계를 위해 자녀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에게 죄책감을 심어주기도 한다. 

'미디어, 젠더&문화' 최근호에 실린 논문인 '가족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시청과 사회·경제적 계층소속감의 상호작용이 가족건강성 지각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주말 황금 방송시간대 가족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의 시청효과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여유 있는 가정생활과 이상주의적 관계를 노출시키고 있어 중상위 계층만이 자신의 삶과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스로 사회·경제적 계층 소속감이 중상위에 속한다고 평가할수록 가족 예능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자신의 삶과 현실적으로 유사하다고 느낀다는 것. 사회·계층 소속감이 현실 유사성 지각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이는 현재 방송되고 있는 가족 예능이 시청자의 폭넓은 교감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상위층만 공감하는 가족 예능은 그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시청자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계층적 위화감을 준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예능프로그램의 목적이 재미와 화제성을 끌어내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 바탕에 대중에 미치는 영향력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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