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켄 교수, 대북문제에 적용
미·중 세 개의 전장서 불꽃대결
트럼프, 핵폭탄급 공약 남발
한국도 북핵 해법 적극 나서야 고전적인 게임 이론 중에 블로토 대령 게임이 있다. 블로토 대령은 N명의 군인을 M개의 전장에 배치해야 한다. 적국도 이와 동일하게 N명의 군인을 M개의 전장에 배치해야 한다. 이때 군인을 더 많이 투입해 승리하는 전장이 많은 쪽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
전장이 5개이고, 병사가 20명이라고 가정해보자. 블로토 대령이 4, 4, 4, 4, 4로 배치했을 때에 상대방이 5, 5, 5, 3, 2로 배치하면 2개의 전장을 이기고, 3개의 전장에서 패배해 결국 지게 된다. 또 5, 5, 5, 3, 2로 배치하면 7, 7, 6, 0, 0으로 배치한 상대방에게 역시 2대 3으로 패한다. 7, 7, 6, 0, 0으로 배치하면 0, 0, 7, 7, 6으로 맞서는 상대방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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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
블로토 대령 게임은 국가 간 전쟁뿐 아니라 선거 등 여러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이 50개 주로 구성된 ‘전장’에서 ‘대의원 챙기기’ 전투를 할 때 어느 주에 어느 정도의 화력을 투입할지 전략을 짜려면 블로토 대령 게임 이론을 응용할 수 있다.
미국 예일대학의 정치학자인 폴 브래켄 교수는 이 블로토 대령 게임 이론으로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해답을 제시하는 에세이를 ‘예일 글로벌’ 온라인 잡지에 발표했다. 브래켄 교수는 “미국에서 북한 문제가 이슬람국가(IS) 등 좀 더 긴급한 현안으로 인해 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 관심사에 집중하다 보면 매번 장기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놓친다”면서 미국의 대북 정책은 큰 그림을 놓치고 있어 대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래켄 교수는 북한 문제를 미국과 중국의 블로토 대령 게임에 적용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 이어 공화당의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도 북한 문제를 중국에 아웃소싱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블로토 대령 게임으로 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문제 등 3개의 핵심 전장에서 대결하고 있다.
미국은 이 세 개의 전장에서 독립된 게임을 하고 싶어 하지만 중국이 이를 용인할 리 없다고 브래켄 교수는 지적했다. 블로토 대령 게임에서 개개의 전장이 내부적으로 서로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 건설 및 군사 시설 구축 등을 통해 화력을 집중 배치하자 미국은 항공모함 배치와 B-52 폭격기 위협 비행 등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이 남중국해에 매달리다 보면 북한을 제어하도록 중국에 압력을 가할 동력이 소진될 수 있다.
브래켄 교수는 미국이 이 게임에서 승리하려면 냉전에서 이겼을 때처럼 게임의 속성을 이해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최근 핵실험을 계기로 국제사회에 제2의 핵무기 개발 경쟁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현실을 미국이 직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는 어디까지나 미국 입장이고,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특히 트럼프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 한국의 핵무장 용인론, 주한 미군 철수 가능성 등 핵폭탄급 공약을 남발하고,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에 배치하는 미군 화력이 제로가 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한국은 북한 문제를 미국과 중국 간의 블로토 대령 게임에 맡기고, 한가하게 뒷짐을 지고 있을 수 있는 입장이 결코 아니다.
MS사 등이 이 게임의 해법을 제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듯이 한국이 국익을 극대화할 북핵 해법의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수용하도록 움직여야 한다. 이 알고리즘에는 이제 ‘트럼프 변수’가 들어가야 한다.
국기연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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