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올해 94세인 인도의 아마르 카우르 할머니가 1994년 아들을 살해한 경찰관에 대한 사법부 판단을 22년째 기다리고 있다. 가디언 캡처 |
인도에서는 판사 부족과 열악한 사법시스템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로 카우르와 같은 억울하고 안타까운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에 진출한 국내 기업인들도 ‘인도에서 소송을 하면 회사가 문 닫을 때까지도 해결되지 않는다’며 인도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친기업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한 이후 이 부분 개혁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인도 대법원은 재판이 지연되거나 미뤄지는 첫 번째 이유로 판사 수가 턱없이 적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인구 100만명당 판사 수는 13명인데, 개발도상국 평균(50명)에도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의 경우 판사 한 명이 하루에 30∼40건의 재판을 처리한다. 판사 한 명이 연간 2600건을 처리하는데, 판사 업무가 과중하다는 우리나라(500건)나 미국(81건)에 비교해봐도 판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아예 재판은 시작도 못하고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는 소송도 쌓여가고 있다. 2200만건 이상의 사건이 지방법원에 쌓여있고, 이중 600만건은 이미 5년 이상 정체된 상태다. 고등법원에는 450만건, 대법원에는 6만건의 사건이 밀려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전체 법원에 계류중이거나 지연된 3100만여건을 지금 상황에서 처리하려면 320년이 걸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도의 올해 예산 가운데 사법부 예산은 고작 0.2%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0.11%)보다 대폭 확대한 것이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인도 법원 상당수가 임대 건물을 사용하고 있고, 법원 신축 신청서만 7000건 가량 주정부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