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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판 ‘트루먼쇼’… 모든 것 ‘연출’

입력 : 2016-04-27 21:10:46 수정 : 2016-04-27 21: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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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거장 만스키 감독의 ‘태양 아래’

 

러시아 출신의 다큐멘터리 거장 비탈리 만스키 감독이 1년 동안 평양의 8살 소녀 ‘진미’와 생활하며 가족, 친구, 이웃을 포함한 평양 주민의 삶을 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사진)는 할리우드 영화 ‘트루먼쇼’를 떠올리게 한다. ‘트루먼쇼’는 자신이 실제가 아닌 조작된 세계에서 시청자들의 구경거리로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스튜디오를 뛰쳐나가는 트루먼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조작됐다. 다큐는 진미가 조선소년단에 가입해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문제는 북한 당국에 의해 ‘연출’됐다는 점이다. 진미는 촬영 전 러시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직업은 기자, 어머니는 음식점 종업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큐에서 아버지는 봉제공장 기술자로, 어머니는 콩우유 공장 노동자로 둔갑한다. 진미네 가족이 사는, 주체사상탑이 내려다보이는 평양의 신식 아파트도 가짜였다. 한상 가득 차려진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는 장면을 여러 차례 되풀이해 찍지만 정작 부엌 찬장에는 들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공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 학교로 가는 학생들의 행렬도 모두 꾸며졌다. 실제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공장과 학교 내 기숙사에서 거주했다. 출근, 등교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평양 주민들이 동원된 것이다. 이 모든 일을 내려다보고 있는 태양 아래, 평양이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모했다.

영화는 진미와 그 부모,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들에게 연기를 지시하는 북한 측 프로듀서와 관계자들을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이 다큐멘터리가 거대한 사기극임을 보여준다. 만스키 감독은 카메라를 촬영하기 전후 몰래 켜놓는 방식으로 북한 당국자의 연출장면을 담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영화는 체제유지를 위해 희생되는 어린이들의 인권침해 현장을 고발한다. 한 가지 사상을 주입시키고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억제하는 것은 분명한 폭력임을 시사한다.

북한은 애초 의도와 다르게 치부가 드러난 정반대의 영화가 완성되자 러시아에 ‘태양 아래’의 상영금지를 요구했고,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였다. 제19회 에스토니아 탈린 블랙나이츠 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된 이후 전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봉(27일)함에 따라 앞서 24일 방한한 만스키 감독은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 할 영화”라며 복합상영관 메가박스가 너무 이른 오전이나 늦은 밤에만 상영시간대를 배치한 것에 대해 “아마 ‘캡틴 아메리카’를 배려한 조치로 보이는데, 너무 상업성만 추구하는 태도가 부끄럽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 내 보수 우파들의 오용을 방지하기 위해 선거 이후로 개봉일정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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