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벌씩은 갖고 있을 청바지. 혹시 청바지의 주머니를 유심히 살펴본 적 있는가? 일반적인 청바지라면 주머니 끝부분에 구리 소재로 된 단추들이 박혀있을 것이다. 이는 ‘청바지의 전형적인 디자인’처럼 여겨지며 다양한 브랜드에서 차용되고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러한 구리 단추가 단순히 멋을 위해 그 자리에 박아 넣은 것이 아니라면?
처음 청바지를 고안한 리바이스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는 천막용 천을 파는 사업을 했지만 실적이 좋지 않아 고민이었다. 그러다 ‘바지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광부들의 불평을 듣고 사업 방향을 돌리게 된다. 광부가 입는 작업용 바지를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내구성을 높이려고 질긴 천막 천을 사용했고, 때가 덜 타도록 푸른색 인디고 염료로 천을 물들였다. 1872년에는 재단사 제이콥 데이비스가 주머니가 잘 찢어지지 않게 네 귀퉁이에 구리 못을 박고 이것을 이듬해 특허 등록했다. 이것이 구리 단추의 시초다. 철판 등을 겹쳐 뚫은 구멍에 끼워 고정하는 리벳처럼 단추는 주머니를 탄탄한 형태로 유지시켜주었으며, 물건들이 천의 표면과 직접 마찰하는 것을 줄여 천이 닳는 것을 방지했다.
내구성 덕에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만든 작업용 바지는 불티나게 팔렸다. ‘찢어지면 새것으로 교환해준다’는 글과 함께 말 두 마리가 그려져 있는 가죽 조각을 주머니에 달 정도로 튼튼함에는 자신이 있었다. 몇십년이 된 청바지가 ‘빈티지’란 이름으로 고가에 팔릴 수 있는 것도 세월이 흘러도 좀처럼 헤지지 않는 내구성 때문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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