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인의 사랑이 ‘종교’라는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당국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하려 고군분투 중인 인도 커플 사연이 눈길을 끈다. 남자는 힌두교, 여자는 이슬람교 신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인디아 투데이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알라하바드에 사는 만짓 바티(24)와 살마(20)는 작년에 결혼했다. 다만 혼인신고서를 작성하지 못해 공식적인 부부는 아니다.
만짓과 살마가 발을 구르는 이유는 당국이 이들의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만짓은 힌두교를 믿으며, 살마는 무슬림이다. 인도에서 서로 다른 종교 간의 결혼은 암묵적으로 금기된 사항이다. 두 사람은 나라가 외면하는 사랑을 하는 셈이다.
이들의 고향은 우타르프라데시주 다드리 마을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가족들을 떠났다. 집을 버리고서라도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다. 지난해 10월, 오토바이를 타고 고향 다드리를 떠나 알라하바드로 도망친 이들은 한 사찰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만짓과 살람은 5개월이나 당국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아무도 이들의 혼인신고를 도와주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뇌물로 2만루피(약 34만원)를 요구했다.

당국이 이들을 부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서로 다른 종교인이 결혼한다면 대중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거라 판단해서다. 인도는 힌두교를 믿는 나라가 아니던가? 누군가 만짓을 음해할 가능성도 컸다.
만짓은 고개만 젓는 관계자들을 지나 주지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만짓은 “우리는 성인”이라며 “대규모 폭동이 일어날 거라 짐작하지만 우리 마을은 평안한 곳”이라고 말했다.
살마에게는 약간 이야기가 다르다. 어려서 부모를 잃은 그는 친지들 손에 자라났는데, 가족들은 만짓이 더 나이가 많은 점을 언급하며 그가 살마를 일방적으로 ‘낚아채 갔다’고 주장한다. 살마의 가족들은 그가 나이 많고 부자인 사람과 결혼하길 원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내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부부가 됐다. 과연 이들이 정식으로 혼인신고서를 낼 수 있을까?
살마는 “난 엄연한 성인”이라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인디아 투데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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