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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문화재] 야단법석과 괘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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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30 21:41:00 수정 : 2016-06-15 19: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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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을 일컫는 ‘야단법석’(野壇法席)은 원래 사찰 법당 밖에 단을 만들어 설법을 펴는 것을 의미하는 불교용어다. 원래의 뜻으로 보면 야단법석의 주인공은 단연 부처님, 즉 괘불(사진)이다. 괘불은 야외 법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도록 제작되었기에 전각 안에 봉안된 불화와는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폭 5~8m, 높이 12~14m로 아파트 4층에 육박하는 크기에, 무게가 100~180㎏에 달하니 슈퍼사이즈의 회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서 고이 보관하다가 특별한 야외법회를 열 때에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괘불은 불교회화 연구자료로는 물론 조선후기 민중의 신앙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전통시대에 사용된 안료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기준 자료를 제공해 준다는 면에서도 각별한 문화재다.

그런데 큰 덩치와 종이, 섬유 등 재료적 특성 때문에 각종 재해와 훼손에 노출되기 쉽다는 큰 약점을 갖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조선후기의 괘불 117점을 대상으로 작년부터 정밀조사를 진행한 이유이다. 2019년까지 사용된 안료와 재료를 분석하고, 화기(畵記) 등을 연구하여 괘불의 숨겨진 가치를 전할 예정이다. 오랫동안 보존할 방법을 고안해 적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괘불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영산재, 수륙재, 천도재, 기우제 등 불교행사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많은 괘불이 불교의식의 간소화와 소멸로 인해 함 속에서만 세월을 보내고 있다. 문화재는 박제되어 있을 때보다 현장에서 본래의 용도로 쓰일 때 빛이 난다. 괘불의 소임은 야단법석의 현장에서 신앙되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불교의식의 전승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비단 괘불만이 아니다. 문화재의 수명연장은 첨단 과학기술과 본질적 가치가 제대로 실현될 환경이 결합했을 때 가능하다. 문화재가 지닌 유형적 요소와 무형적 요소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황경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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