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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VS "위험" 택시기사 고령화에 자격제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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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25 20:24:59 수정 : 2016-01-25 21: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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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저소득층 노인 생계 직결” vs “사고위험 높아 시민 위협”

“저소득층 노인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나이만으로 사고 위험성을 부풀리는 것은 잘못이다.” “노인층의 생계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안전을 위험에 노출시킬 수 없다. 고령층의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것은 맞다. 심장마비 등 질병에 의한 사고 유발 가능성도 있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고령자의 택시 운전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운전면허 제한’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고령 운전자의 반사신경이 떨어지고, 심야운전의 경우 사고 확률도 높다는 이유로 자격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반대편에서는 생존권을 내세워 일반 운전자와 동일하게 관련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늘어나는 고령 운전


택시 운전자의 고령 비율은 고령인구 증가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의 택시 운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에 11만7124명에 달했다. 이 중 9만9456명이 60대였고, 70대도 1만7385명이었다. 80세 이상도 283명에 달했다. 전체 28만명 중 60대 이상이 41%, 70대 이상은 15%에 이른다.

서울의 경우도 65세 이상 택시운전 기사가 2만1320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80대 이상도 118명에 이른다.

택시운전에 고령자가 많은 데는 ‘명예퇴직’ 후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인생 2모작’으로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손꼽힌다. 현재 70∼80대 고령 운전자들은 하루에 10시간씩 운전을 하고 있지만, 이들은 일반인의 운전면허갱신기간과 동일한 5년 주기로 한번씩 운전면허를 갱신하고 있다. 고령 운전자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운전제한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버스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 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65∼69세 운전자는 3년에 한 번, 70세 이상 운전자는 1년에 한번 자격유지검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올해 처음 실시되는 자격유지검사는 모니터 앞에서 갑작스러운 자극에 대한 반응검사와 시야각 검사, 선택적 주의력·기억력, 복합상황 지속 능력 등 7개로 이뤄져 있다.

총 13만5117명의 버스 운전사 중 검사대상자는 8000여명에 이른다. 대상자가 검사를 안 받으면 고용업체는 180만원, 운전자는 50만원의 과태료를 각각 내야 하지만 아직까지 검사를 받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택시의 경우 이런 자격유지검사에서 제외됐다. 국토부는 2014년 법 개정 당시 택시도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자격검사를 버스에만 한정했다. 

◆연령과 사고비율 상관관계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택시 운전자의 ‘고령화’는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박모(73)씨는 현재 고령층 인가 증가는 젊은 기사 부족이라는 공급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젊은 가장들이 한달에 200만원도 채 못 버는 택시 기사를 하지 않으려고 해서 현재 회사 택시 10여대가 놀고 있다” 며 “회사에 기사가 총 210명인데, 이 중 65세 이상이 4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사고율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사고율을 따져보면 노인층의 사고가 많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택시운전) 종사자 대비 사고 건수를 따져봤을 때 60대 이상의 사고 건수는 7.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는 20대 23.7%, 30대 11.2%, 40대 9.4%, 50대 8.8%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20대의 경우 전체 운전자가 300명도 채 안 되기 때문에 한명이 사고를 내도 사고율이 확 올라가는 만큼 확률이 왜곡될 수 있지만 나머지 연령대와 비교해 60대 이상의 사고율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서울시 택시 사고건수를 따져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65세 이상의 고령 운전자 비율은 24%인 데 반해 전체 사고 중 이들이 낸 사고는 20%에 그친다. 반면 전체 택시 운전사의 40% 수준인 50대의 사고 비율은 45%가 넘었다.

2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하고 있다는 이모(68)씨는 “30∼40대에 비해서는 순발력이 떨어진다고 스스로 느끼기 때문에 더 조심하고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사고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운전자들이 더 조심하는 만큼 실제 사고로 연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장 이 일을 못하게 되면 생계가 막막하다”고 전했다. 

김성욱 협성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본적으로 65세, 70세가 넘어서 계속 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비극”이라며 “그러나 노인 빈곤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당장 생계에 지장이 올 수 있는 ‘택시 나이 제한’은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나이 제한과 자격 제한 등의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공제회 등을 통해 일정 기간 소득 보존, 타 일자리 연결 등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명확한 상관관계가 나오기 전에 당장 나이에 따른 제한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현재의 자격유지검사가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도 있어 고령운전자 자격검사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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