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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클래식 전북 현대와 성남FC의 경기. 전북은 K리그에서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대표적인 팀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K리그의 영원한 숙제인 ‘공격축구’ 활성화를 위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팔을 걷고 나선다. 프로축구연맹은 오는 18일 이사회 및 총회를 열고 순위산정방식 변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K리그는 팀간 승점이 같을 경우 득점과 실점의 차이(득실차), 다득점, 다승, 승자승, 벌점, 추첨 순으로 순위를 나눈다. 연맹은 이번 이사회를 통해 다득점을 득실차보다 선 순위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은 “공격축구를 유도하기 위해 논의한 결과 다득점을 우선순위로 하면 좀 더 골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의견이 나왔다”며 “축구에서는 골이 많이 나와야 재미있는데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검토 중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리그는 다른 리그에 비해 득점이 적은 편이다. K리그 클래식은 2014시즌 경기당 평균 2.21골에서 2.39골로 늘었지만 이웃 일본 J리그에 비해서는 적다. 일본 J리그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2.68골에 달한다. 이런 측면에서 연맹은 공격축구를 유도해 리그 활성화를 노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득점을 우선시하는 것은 축구의 근간을 훼손하는 방식이라고 우려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공격축구를 활성화하려는 연맹의 노력은 인정하지만 축구는 다득점과 동시에 실점이 적어야하는 스포츠다. 실점이 많은데 득점을 많이 했다고 상쇄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스페인에서는 AT마드리드가 득점은 적지만 밸런스가 좋아 다른 명문 팀들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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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7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클래식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 약4만명의 구름관중이 모이며 화끈한 골잔치가 기대됐던 경기이지만 서로 수비적인 전술을 들고나온 탓에 득점없이 비겼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현장 출신 지도자도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윤성효 전 부산 감독은 “큰 차이가 없어보인다. 솔직히 공격축구 안 하고 싶어하는 지도자는 없다. 상대가 우리보다 강하면 계속 밀리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하고 싶어도 안 되는 게 축구다”고 성토했다.
한 위원은 제도의 손을 보고 싶다면 다득점보다는 승자승을 우선순위에 놓는 방안을 추천했다. 승자승은 현재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와 이탈리아 세리에A가 득실차보다 우선순위로 채택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와 독일 분데스리가는 현재 K리그처럼 승점이 같을 경우 득실차-다득점 순으로 순위를 가른다.) 승자승이란 승점이 같은 복수의 팀간의 상대전적으로 순위를 나누는 방안이다. 한 위원은 이 경우 약팀이 강팀과 만났을 때 부담이 적어 수비 위주로 나서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은 “예를 들어 1위 팀과 10위 팀은 승점상 동률이 될 확률이 낮다. 이 때문에 10위 팀이 1위 팀을 상대로 실점을 많이 해도 순위 상 손해 볼 일이 없다. 오히려 10위 팀의 경쟁 상대는 8∼12위 팀으로 이들과의 상대전적이 중요하게 된다”면서 “이렇게 되면 10위 팀이 1위 팀과 겨룰 때 너무 많은 실점을 할 것 같다고 수비 위주의 축구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찬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 위원은 “스페인도 승자승을 하니 하위팀이 상위팀과 겨룰 때 선취골을 허용해도 수비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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