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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들…탈·불법 경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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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 공급 늘자 탈·불법도 증가… 생존경쟁에 수임비리·탈루 다반사 … ‘변호사 위법’ 늘고 있다

서울 서초동의 한 법무법인에서 사무장으로 일했던 A씨는 해당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김모씨만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김씨는 사건 착수금을 받을 때마다 항상 타인 명의 통장으로 입금할 것을 요청했다. 문제의 계좌 주인은 A씨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세금 탈루가 의심되자 A씨는 꺼림칙한 마음에 지난 3월 일을 그만뒀다. 새로운 일을 찾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어서 전에 사용하던 급여통장을 깜빡 잊고 지냈다.

그러던 지난 7월 A씨는 자신의 급여통장에서 수천만원대 거래가 수차례 반복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변호사 김씨가 A씨의 급여통장을 일종의 ‘대포통장’처럼 써 온 것이다. A씨가 어찌된 영문인지 묻자 김씨는 “미안하다”며 통장을 건넸다.

A씨는 김씨를 국세청에 신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교도소에 집어넣겠다”며 협박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참다 못한 A씨는 김씨를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A씨는 “법무법인에서 수임료를 법인이 아닌 개인 명의 통장으로 입금받는 경우가 흔히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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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에 내몰린 변호사, 탈·불법 경계 오락가락

30일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6년 7603명이었던 변호사 수가 1만7275여명으로 1만명 가까이 늘었다. 변호사의 양적 증가는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협의 변호사 징계 건수는 2006년 47건에서 올해 11월 현재 68건으로 증가했다. 사건 수임 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러 징계를 받은 건수는 5년간 3건에서 11건으로 급증했다.

서울의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수임 영업을 전담하는 사무장을 따로 두거나 (세금 회피를 위해 수임료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의) 무리한 행동을 하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익이 줄면서 변호사들이 단순히 수임 관련 문제를 넘어 법을 위반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개인 법률사무소의 세금 누락을 둘러싼 문제 제기가 많아 조사를 하고 있는데 (교묘한 탈루 수법 등으로 인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극심한 생존 경쟁은 변호사들을 탈법을 넘어 불법으로까지 내몰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가짜 투자사를 차린 뒤 “최대 연리 96%의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며 투자자들을 속여 650억원대 사기를 친 일당을 적발했다. 일당 중에는 ‘투자사 법률자문’이란 직함을 갖고 있던 전모(구속기소) 변호사도 있었다. 변호사의 존재에 안심하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은 배신감을 느껴야 했다.

지난 3월 사기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이모 변호사의 행태도 요즘 변호사 업계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서초동에 개업한 그는 사무실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의뢰인에게 지급해야 할 공탁금 2억9000만원을 빼내 몰래 썼다. 수임료를 선불로 받아 사무실 운영에 쓰는 등 ‘돌려막기’를 일삼던 그는 결국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법정에 서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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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징계 여전… “징계 강화” 목소리도

법조계는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007년 출범한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이홍훈 전 대법관)는 지난달 25일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인들의 사명과 직업윤리를 담은 ‘법조인 윤리선언’ 선포식을 가졌다. 윤리선언은 판사, 검사, 변호사가 지켜야 할 실천 규범으로 △인권 옹호와 정의 실현 △법 정신·양심에 따른 행동 및 부정 배격 △사회적 약자·국민 권익 보호 △지위·권한·경력·개인 인연 부당이용 금지 △경청·배려 자세 및 성의 있는 직무수행 등을 담고 있다. 이는 법조계에 대한 국민 신뢰도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법조윤리협의회가 지난해 3월부터 1년6개월 동안 각계 인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도출한 규범이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도 시험과목의 하나로 ‘법조윤리’를 개설해 예비 법조인들의 바람직한 직업관 확립을 도모하고 있다. 변호사가 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이 시험과목은 변호사의 의뢰인에 대한 비밀유지 의무 등 직업윤리에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으며 40문항 중 28문항 이상을 맞혀야 합격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호사업계에서는 징계가 약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처벌 수위가 낮으니 과태료를 내고 다시 업무에 복귀하는 변호사가 태반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김한규 회장은 “사건 수임을 불성실하게 한 변호사는 과태료를 내고 다시 복귀하지만 해당 의뢰인은 불성실 변론으로 인생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전문직 종사자인 변호사의 책무에 비해 징계가 지나치게 가볍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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