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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제게 애인과 같아요"

입력 : 2015-11-10 18:23:55 수정 : 2015-11-10 2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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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와인 품평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 홍미연씨 직격 인터뷰

와인북카페에서의 인터뷰
그녀는 유쾌했다. 그것도 매우. 오후 8시에 시작된 인터뷰는 자정까지 이어졌지만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와인 이야기, 패션 이야기 등등. 한번 풀어헤친 이야기 보따리는 끝도 없이 펼쳐진다. 소믈리에이자 와인 테이스터. 세계 최대 와인품평회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selles)의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으로 맹활약하는 홍미연(35). 그녀를 5일 와인업계 사랑방으로 소문이 자자한 서울 논현로 와인북카페에서 만났다.
와인북카페에서의 인터뷰

 그녀가 사는 곳은 바로 패션의 본고장 이탈리아 밀라노. 화려하면서 단아한 코디가 돋보이는 패셔너블한 옷차림으로 와인북카페의 문을 들어서는 그녀. 처음 보는 자리지만 그녀를 알아차리기에는 단 0.5초면 충분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그녀는 와인부터 한 모금 쭉 들이킨다. “와인은 늘 저를 설레게 해요. 저에게는 보고 또 봐도 보고싶은 애인이에요”. 미혼인 그녀가 와인에 푹 빠진 이유란다. 와인과 연애하다 보니 결혼할 틈도 없었나 보다.
와인 테이스팅 하는 홍미연씨

 그녀의 미모와 패션 센스에 놀란 기자는 ‘어마무시’하게 화려한 그녀의 이력에 또 한번 입이 쩍 벌어진다. 그녀는 한국어는 물론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영어 등 5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초등학교를 한국과 프랑스에서 다니고 중학교는 다시 한국 제주도에서, 고등학교는 프랑스에서 나왔다. 이탈리아 국립미술원에서 디자인을 공부했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탈리아 보코니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이쯤 되면 소위 ‘엄친아’다. 대한항공 이탈리아 지점장을 지낸 아버지를 따라다니다 보니 글로벌하게 성장했다고 한다.

 와인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된 것도 아버지때문이다. “아빠가 와인전문지 와인리뷰의 전신인 ‘르 서울’에 와인과 음식 관련 글을 기고했는데 좀더 전문적이고 테크니컬한 지식이 필요해 아빠를 서포트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믈리에 공부를 하게됐어요”.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모습.

 결국 홍미연씨는 2006년 이탈리아와와인협회(AIS)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냈고 2004∼2009년 국내 와인전문지 와인리뷰의 이탈리아 특파원으로 맹활약했다. 또 2006년 이탈리아 와인시음가 협회(ONAV; Organizzazione Nazionale degli Assaggiatori di Vino) 와인 테이스터 자격도 획득했다. 와인 테이스터는 일종 와인 감별사다. 소믈리에가 와인서비스와 음식과의 매칭에 주력한다면 와인 테이스터는 양조과정에서 참여해 이탈리아 양조 규격인 DOCG 등급의 와인을 만드는데 기여한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모습.

 홍미연씨는 이런 뛰어난 ‘와인 DNA’를 바탕으로 2010년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의 한국인 최초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올해로 벌써 6년째 활동중이다. 사실 세계 최고의 와인품평회의 심사위원으로 6년 연속 선정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심사위원들은 와인을 품평하는 사이, 자기도 모르게 심사위원의 자질도 평가되기 때문이다. “심사는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진행되는데 매일 똑같은 와인이 2병씩 들어와요. 같은 와인인데도 두차례 평가의 점수 격차가 너무 많이 나면 심사위원 자격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돼 다음해 대회때는 심사위원에서 탈락하고 맙니다. 반면 우수한 심사위원들은 벤치마크 테이스터(Benchmark Taster)로 매년 뽑혀서 상을 받게 되구요”. 이처럼 심사위원이 매년 성적표를 받는 엄격한 평가에서 6년 연속 심사위원에 선정됐다는 점은 그녀의 와인 테이스팅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때문에 유럽의 많은 유명 양조 관계자들이 함께 일하고 싶은 여성으로 꼽는 이가 바로 홍미연씨다.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는 모습.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녀는 2013년 11월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5회 세계벌크와인전시회의 국제벌크와인경진대회(International Bulk Wine Competition) 공동 심사위원장을 맡았으며  현재까지 이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약중이다. 벌크와인이란 병입되지 않은 저가 와인으로 최대 수출국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이다. 이탈리아는 고가와인을 주로 생산하는 북부지방에서는 병입 와인을 생산하고, 날씨가 온화해 대량 재배가 가능한 풀리아(Puglia)와 시칠리아(Sicilia) 등 남부 지방은 벌크 와인이 많이 생산된다. 

이탈리아에서는 소비자들이 ‘다미자나(Damigiana)’라고 부르는 5ℓ∼54ℓ 통을 들고 와이너리에서 직접 와인을 구매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벌크 와인 전문 소매점이 많이 생기고 있고 주유소 형태로 벌크 와인을 판매하는 곳이 있을 정도다. 국제와인사무국에 따르면 2012년 전체 와인 생산량의 14%가 벌크와인이며 국제거래량의 39%를 차지한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판매되는 벌크 와인의 가격대는 ℓ당 2유로 정도에요. 이런 저가이지만 무난한 품질의 와인이 한국에 본격적으로 수입된다면 세금때문에 와인 가격이 턱없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혜택이죠. 한국 와인 수입업계도 최근 트렌드에 맞게 벌크 와인 수입으로 눈을 돌려야할 때라고 봐요”. 얘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한국에서 와인을 더 대중화시킬수 있는 탁월한 아이디어다. 사실 한국 소비자들은 높은 세금과 복잡한 유통때문에 현지보다 5배 이상의 가격으로 와인을 살 수 밖에 없는 형편이지 않는가.

국제벌크와인경진대회 공동심사위원장으로 활약하는 홍미연씨

 그녀는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전세계 2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글로벌 와인단체 ‘와인러버(Winelover)’의 한국 대사로도 활약중이며 와인 칼럼니스트로 E와인에 글도 게재하고 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그녀의 올해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 심사위원 뱃지 색깔이 빨강에서 파랑으로 한 단계 상승했다. 6년 이상 연속으로 선정되는 중견 심사위원 반열에 올랐다는 뜻이다. 10년이상 연속으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면 금색 뱃지를 달게 된다.
국제적 와인그룹 와인러버 한국대사로 활약하는 홍미연씨.

  올해 21주년을 맞은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은 영국의 디캔터 와인 어워드(Decanter Wine Awards), 인터내셔널 와인 앤 스피릿 컴피티션(IWSC; International Wine and Spirits Competition), 독일의 문두스 비니(Mundus Vini) 등과 함께 규모와 명성이 큰 세계적인 와인 경진 대회다. 1994년에 벨기에에서 국제와인전문기자협회(International Federation of Wine and Spirits Journalists and Writers) 회장을 역임한 루이 아보(Louis Havaux)씨에 의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2006년도부터 매년 개최지가 바뀌는데 그동안 리스본(포르투갈), 마스트리트(네덜란드), 보르도(프랑스), 발렌시아(스페인), 팔레르모(이탈리아), 룩셈부르크(룩셈부르크), 기마레스(포르투갈), 브라티스라바(슬로바키아) 등에서 열렸다. 올해는 베니스에서 열렸다. 심사위원단은 와인전문기자, 각 나라 소믈리에 협회장, 세계에 300명뿐인 마스터 오브 와인(MW), 네고시앙과 수입전문업자 등으로 구성된다. 3일동안 250여명의 심사위원이 와인 9000개를 심사하는데 5∼7명으로 구성된 팀이 하루에 50개씩 3일동안 150여종을 테이스팅한다. 어느 정도 와인수준이 있어야 출품할 수 있는 대회여서 퀄러티 측면은 최고의 대회를 자랑한다. 
루마니아 와인가이드북 심사위원 스텝들과 기념촬영하는 홍미연씨

 요즘은 그녀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중이다. 루마니아 와인을 총정리하는 첫 와인가이드북 발간을 앞두고 전세계에 선정된 9명의 심사위원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9명중은 두명은 와인 오브 마스터에요. 매년 11월 이탈리아 북부도시에서 열리는 메라노 와인 페스티발 회장으로 이탈리아 와인의 아버지로 불리는 헬무트 퀴셔(Helmuth Kocher)씨도 포함됐어요. 이런분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매우 흥분되고 행복한 일이죠”
이탈리아 와인업계의거장 Ezio Rivella씨와 함께.

 그녀가 와인관련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 국립미술원 디자인 전공을 십분 살려 패션무역의 에이전트로도 일한다. 그녀는 악어백 시로(Shiro) 브랜드의 이사로 활동중이다. 이 악어백은 3000만원을 호가하는 수제 명품이다. 현재 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에 판매중이다. 
와인북카페에서 홍미연씨가 선택한 이탈리아 와인 보스카렐리 로쏘 디 몬탈치노.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지만 크레인 무역까지 손을 대고 있다. 회사 이름은 유로그루 아미치(EUROGRU AMICI)로 아시아 총괄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의 역량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자생 포도품종이 1000종이 넘고 등록된 품종만 350종이 넘는 이탈리아 와인중 그녀가 좋아하는 와인은 어떤 와인일지 궁금해졌다. 그녀는 이탈리아 레드 와인중 ’폴바네라 프리미티보(Polvanera Primitivo)’를 최고의 와인으로 꼽았다. “알콜도수 16∼17로 높은 이 와인은 마치 이탈리아 영화배우 모니카 벨루치를 연상케 해요. 우아하면서 매우 육감적이죠. 오래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프리미티보는 포텐셜이 굉장히 뛰어나죠. 효모의 생육은 15도∼16도에서는 중단되는데 알코올에 특히 강한 효모를 선택적으로 투입해 발효시키죠. 하지만  높은 알콜도수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뛰어나요. 하지만 밸벳같은 부드러움에 한잔 한잔 마시다 보면 어느새 취해있죠. 일종의 한국에서 얘기하는 ‘작업주’ 에요”라고 수줍게 웃었다. 영화 매트릭스2에서 육감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치명적인 ‘팜프파탈‘ 모니카 벨루치 같은 와인이라니. 그녀의 이런 표현에 탄성이 저절로 나올 수 밖에. 
크레인 기업 유로그루 아미치(EUROGRU AMICI) 아시아 총괄 이사로도 활동하는 홍미연씨가 크레인에 탑승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갑자기 프리미티보 와인이 격렬하게 끌어 당긴다. 프리미티보(Primitivo)는 강하고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타닌으로 쉽게 어필하며 현재 국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이탈리아 풀리아 지방의 대표 레드 와인 품종이다. 보통 레드와인은 알콜도수가 13.5%지만 프리미티보는 17%에 육박한다. 아마로네처럼 포도를 건조시켜 당도를 응집시킨 와인도 15.5%를 넘지않는 점에 비춰보면 매우 높은 알콜도수다. 알코올이 이 정도로 높으면  보통 와인의 밸런스가 깨진다. 하지만, 프리미티보는 높은 알콜도수에도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점이 장점이다. 18%, 21%의 프리미티보도 있는데 대부분  알코올 도수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고 한다. 

모니카 벨루치를 닮은 와인을 그녀와 함께 할 시간이 벌써 기다려진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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