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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구업취쾌(口業取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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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9 21:15:28 수정 : 2015-11-09 21: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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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인성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윤리의식이 무너져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상대를 배려하는 겸손한 말하기와 듣기일 것이다. 특히 요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전환을 놓고 여·야 정치인들이 대립하면서 내뱉는 말들은 창검보다 아프고, 영혼을 죽인다.

여당의 모 최고위원이 퍼부은 막말은 금도(襟度)를 넘어도 너무 넘었다. 그는 최근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세력을 향해 “언젠가는 적화통일이 될 것이고 그들의 세상이 됐을 때 남한 내에서 우리 어린이들에게 미리 그런 교육을 시키겠다는 의도”라고 말의 융단폭탄을 쏟아부었다. 공자는 “세 번 신중히 생각하고, 한 번 조심스럽게 말하라(三思一言)”라고 했다. 세 번, 아니 한 번만 생각하고 입을 열었어도 이런 ‘저질 색깔론’은 제기할 수 없을 터이다.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人不可以口業取快於一時 予雖於僕御之賤 未嘗以這漢那漢呼之也)”고 가르쳤다.

야당 대응도 거칠긴 마찬가지다. 제1 야당 원내대표는 여당 일부 의원을 겨냥해 “유우성 같은 ‘창조간첩’을 만들더니 이제는 ‘창조지령’을 만들어 국정 교과서 반대운동에 지령을 덧씌우고 색깔론 공세를 한다”며 “두뇌의 정상화가 시급한 친박실성파”라고 말해 사실상 미친 사람 취급했다.

중국 남조 제나라의 문장가 유회(劉會)는 “말이 도리에 맞지 않으면 말하지 아니함만 못하다(言不中理 不如不言)”며 사리분별을 제대로 한 뒤 입을 열라고 경책했다. ‘남에 대한 험담은 식은 죽 먹기(言他事食冷粥)’처럼 쉬울 수 있겠지만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는 격언의 우려대로 자신이 한 말로 인해 이웃이 죽을 수도 있기에 말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의 수준을 높여야 하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口業取快 :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고 말로써 악업을 짓는다’는 뜻.

口 입 구, 業 업 업, 取 가질 취, 快 쾌할 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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