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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동 소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세계일보 DB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두 가지 부품 사업부문에 집중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평가다. 올 들어 삼성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총 투자액의 무려 80%를 투입했고, 이들 부품사업은 3분기 전사 영업이익의 약 63%를 합작했다.
29일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7조39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직전 분기에 비해 7.18% 증가한 실적이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82.08%나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3분기는 영업이익 4조600억원으로 바닥을 찍었던 시점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불과 1년 만에 그동안의 실적 우려를 불식시켰다. 매출은 51조68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48%, 전년 동기 대비로는 8.93%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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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삼성전자 |
◆ 위기에서 ‘빛’발한 수직계열화…‘우리에겐 완성품 말고도 많다’
스마트폰과 TV 등 완성품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정보통신(IT)·모바일 제품을 비롯한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핵심 부품으로 들어가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시설투자로 반도체 3조7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4000억원 등 총 6조원을 집행했다. 올 3분기까지 누적 시설투자는 19조2000억원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올 한해 전체 시설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약 14% 증가한 27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중 반도체에 15조원, 디스플레이에 5조5000억원이 집중될 예정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투입된 시설투자비 20조5000억원은 삼성전자 전체 투자액의 약 76%에 달하는 액수다.
삼성전자는 “전년 대비 투자 증가는 V낸드 등 첨단기술 리더십 강화와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효율화를 중심으로 이뤄질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지난 8월11일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기존 2세대(32단) 128기가비트(Gb) 낸드보다 용량을 2배나 향상시킨 ‘256기가비트 3차원 V낸드’ 양산에 성공했다. 혁신기술 ‘256기가비트 3차원 V낸드’에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3차원 셀(Cell)’을 종전 32단보다 1.5배 더 쌓아 올리는 ‘3세대 48단 V낸드 기술’이 처음 적용됐다.
당연히 반도체 업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 최고 용량의 메모리칩이다. 이 칩 하나로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32기가바이트(GB) 용량의 메모리카드를 만들 수 있다. 갈수록 얇아지는 스마트폰 두께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우위에 섰다고 볼 수 있으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납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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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3세대 256기가비트(Gb) V낸드. 사진=삼성전자 |
현재 업계에서 유일하게 V낸드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 2세대(32단) 3비트 V낸드를 선보인지 불과 1년 만에 ‘3세대 3비트 V낸드’ 본격 양산에 들어가 경쟁기업들을 압도하고 있다.
나아가 기술혁신에 더해 공정혁신에도 성공, 기존 32단 양산 설비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제품 생산성을 무려 40% 높여 원가 경쟁력도 대폭 강화했다. 한마디로 훨씬 뛰어난 제품임에도 가격은 이전 제품보다 40%가량 낮출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의 전사매출총액 및 영업이익 모두에서 각각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주력사업부인 IM(IT·모바일) 부문이 내놓는 ‘갤럭시S 시리즈’ 인기가 예전만 못해도, 또 경영실적이 전성기 때 같지 않아도 이처럼 깜짝 실적이 나온 배경에는 반도체 사업부가 기복 없이 든든히 받혀주고 있는 측면이 크다.
전영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은 “글로벌 기업과 소비자들에게 더욱 편리한 대용량 고효율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며 “향후 초고속 프리미엄 SSD 시장에서 사업 영역을 계속 확장하며 독보적인 사업 위상을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IR(기업설명회)에서 “우리가 말하는 20나노 D램 반도체는 진짜 20나노”라고 밝혔다. 경쟁사들이 20나노‘급’으로 표현하는 20나노 초반대 제품이 아닌 말 그대로 20나노 미세공정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란 뜻이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담당 전무는 이 자리에서 “업체별로 20나노 정의가 다를 수 있다”며 “경쟁사들이 당사의 미세회로 선폭과 유사하게 따라오려면 수율(불량률의 반대개념)과 생산성 향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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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DS(Device Solutions)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 내부. 삼성전자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글로벌 IT산업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산호세 실리콘밸리에서 DS 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을 준공했다. 삼성전자는 부품 분야의 토탈 솔루션(Total Solution) 경쟁력을 기반으로 ▲메모리 ▲시스템 LSI ▲LED ▲디스플레이 ▲파운드리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새롭게 확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사진=삼성전자 |
◆ “한쪽이 주춤하면 다른 쪽이 치고나간다”
그간 삼성전자가 완성품에서의 실적 부진을 만회할 대책으로 부품 및 소재 사업부문에 전사 역량을 모은 성과가 이번 3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6600억원으로, 지난 2010년 3분기에 기록한 3조4200억원을 뛰어넘으며 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은 12조8200억원으로, 매출 부분에 있어서도 전분기(11조2900억원)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디스플레이(DP) 부문도 9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매출은 7조4900억원이다.
올 한해 연간 투자액의 80% 가까이가 집중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총 4조6500억원의 영업이익을 합작해내며,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7조3900억원)의 62.92%를 일궈냈다.
삼성전자는 “3분기는 주요 통화대비 지속된 원화 약세로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약 8000억원 수준의 긍정적 환영향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부문은 매출 26조6100억원, 영업이익 2조40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분기(2조7600억원)보다 약간 감소했고 매출은 전분기(26조600억원)와 비슷했다.
IM부문은 갤럭시 노트5, 갤럭시 S6 엣지플러스, A8, J5 등 신모델을 출시하며 전분기 대비 판매량이 증가했으나 갤럭시 S6 가격조정과 중저가 제품의 판매비중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총액의 절반을 만들어내는 IM부문이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삼성전자는 ‘어닝 서프라이즈’로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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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22일 서울 호텔신라에서 열린 ‘2015 삼성 SSD 글로벌 서밋(2015 Samsung SSD Global Summit)’에서 국내외 미디어와 파워 블로거 등 1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V낸드 SSD’ 신제품을 공개했다. 사진=삼성전자 |
지난달 삼성전자는 ‘삼성 SSD 글로벌 서밋(2015 Samsung SSD Global Summit)’을 통해 V낸드 기반의 SSD 신제품 5개 라인업, 용량별로 19개 모델을 대거 선보이고 한국·미국·중국·독일 등 전 세계 50개국에서 출시에 들어갔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제품은 무려 19개 모델에 이른다. 3세대(48단) V낸드 기반의 ▲2.5인치 소비자용 SSD ‘850 EVO’와 2세대 128기가비트 V낸드 기반의 ▲초고속 기업용 SSD ‘950 PRO’ M.2 ▲카드타입(HHHL·half-height, half-length) 스토리지용 SSD ‘PM1725’ ▲데이터센터용 SSD ‘SM863’ ▲‘PM863’ 등 5종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테라 SSD 대중화’를 선언하고, 글로벌 기업용 SSD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며 프리미엄 SSD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와 함께 삼성전자의 최대 강점인 압도적 반도체 기술력을 앞세워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쌍끌이’ 전략을 통해 스마트폰과 TV 등 완성품 사업부의 실적 악화와 관계없이 전사 실적을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모델을 찾고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2년 연속 세계 소비자용 SSD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독보적인 3차원 메모리 기술을 적용한 ‘V낸드 SSD’ 제품을 기반으로 소비자 시장뿐만 아니라 기업용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지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브랜드제품마케팅팀장 김언수 전무는 ‘삼성 SSD 글로벌 서밋’에서 “3세대 V낸드 SSD 출시로 세계 최고의 속도와 탁월한 절전효과, 긴 사용연한 등 소비자와 기업 고객들이 가장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게 됐다”면서 “향후 사용 편의성을 더욱 높인 초고용량 SSD를 출시해 ‘테라 SSD 대중화’를 더욱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3세대(48단) 256기가비트(Gb) V낸드 기반 SSD를 연이어 출시해 업계 최대의 SSD 라인업을 한층 강화하고 프리미엄 SSD 시장의 성장세를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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