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택시’ 부르니 3000㏄ 벤츠가…

고급택시 ‘블랙’ 이달 말 서비스… 기본요금은 8000원으로 책정

“안녕하세요. ○○택시 김아무개 승무원입니다.”

비서가 카카오톡으로 부른 택시가 도착했다는 알림에 회사 1층으로 내려간 모 회사 중역 A씨는 뒷좌석 문을 열고 대기하던 운전 기사에게 눈인사를 건넨 뒤 승차했다. A씨가 탄 최고급 대형 수입차는 노란색 번호판이 ‘영업용’임을 알려줄 뿐 택시라는 표시도 없다. 차량 내부의 미니바에는 생수와 간단한 음료수가 비치되어 있고, 휴대전화 충전기와 노트북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소켓이 눈에 띄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택시에서 먼저 내린 기사는 다시 뒷문을 열어 주며 “도착했습니다. 편안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한다. 요금은 회사에서 미리 연결한 법인카드로 자동 결제됐다.

10월 말부터는 이런 ‘고급 택시’ 서비스가 선을 보인다. 카카오가 국내 첫 고급택시 서비스 ‘카카오택시 블랙’(사진)을 이달 말 출시하기로 했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이르면 이달 말 서울시 인가가 나는 대로 벤츠 E 클래스 등 3000㏄ 고급차량 약 100대와 전문 교육과정을 수료한 200여명의 기사를 투입해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카카오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울택시조합 소속 택시 회사들이 실제 운행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은 이미 대중화된 일반 카카오택시와 플랫폼을 같이하면서도 서비스 수준 등을 높였다. 카카오택시 블랙 기사는 정장 차림으로 승객 맞이, 승·하차 안내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차량 내부에는 승객을 위한 편의 물품이 비치된다. 결제는 카카오페이의 자동결제 모듈을 이용한다. 승객이 카카오택시 앱에 신용카드를 미리 등록해두면 카카오택시 블랙 탑승 건에 한해 하차 시점에 해당 카드로 요금이 자동 결제되는 구조다. 요금은 기존 택시에 비해 상당히 높아 비즈니스 용도로 한정될 전망이다. 카카오가 밝힌 이 택시의 기본요금은 8000원 수준이며, 자체 개발한 미터기를 활용해 거리·시간 상호병산제로 계산한 요금이 최종 부과된다. 카카오는 자체 시뮬레이션 결과 카카오택시 블랙 이용 요금이 중형택시의 2.5배, 모범택시의 1.5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