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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회고전-1960년대 숨은 걸작

관련이슈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입력 : 2015-10-07 14:37:55 수정 : 2015-10-07 14:3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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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에는 한해 평균 200편 정도의 한국영화가 제작됐다. 국민 1인당 관람 횟수도 4~5회를 기록할 만큼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컸다. 양적 성장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감독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1년에 대여섯 편씩 빨리 찍어야 하는 시스템 탓에 후대에 ‘작가’로 인정받은 감독은 그리 많지 않다. 또 많은 영화가 소실되어 한국의 작가 연구는 몇몇 유명 감독에 한정되었는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한국영화회고전-1960년대 숨은 걸작’은 우리 영화사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감독과 작품을 발굴하고자 기획된 것이다.

이번에 상영중인 8편은 그간 회고전에서 선보이지 못한 영화들 가운데 걸작의 반열에 오를만한 작품들이다. 한국의 분단 상황을 단순하면서도 풍부하게 그린 박상호 감독의 ‘비무장지대’(1965)는 1990년대 이후 만들어진 ‘공동경비구역 JSA’, ‘웰컴투 동막골’,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능가하는 비극미를 객석에 전한다. 한국 갱스터 영화의 출발점을 짐작케 하는 ‘현금은 내 것이다’(1964)는 멜로드라마를 주로 만들던 이상언 감독이 메가폰을 쥐었다. 중절모와 양복, 총과 칼, 현금수송차량 탈취 등 미국이나 프랑스의 갱스터 영화에서 보던 요소들이 고스란히 이식된 작품이다. 장르영화로서 주목할 작품은 이용민 감독의 공포영화 ‘살인마’(1965)다. 근대와 전근대, 서구와 한국이 기이한 형태로 뒤틀린 형상을 보여주는가 하면 가부장제 사회 속에 억눌린 성욕을 충격적으로 드러낸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모더니즘이 꽃핀 시기다. 그 대표작인 이성구 감독의 ‘장군의 수염’(1968)과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도 이번 회고전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장군의 수염’에는 신동헌 작가의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있는데 당대 이렇게 뛰어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할만 하다. 일본영화 ‘여자가 계단을 오를 때·女が階段を上る時’가 원작인 ‘명동에 밤이 오면’은 이형표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조긍하 감독의 ‘육체의 고백’(1964)과 이봉래 감독의 ‘육체의 문’(1965)은 몸을 팔아 살아가야 했던 여성의 삶을 진솔하게 바라본 영화들로, 두 편 모두 우회적인 사회비판을 시도하는 작품이다.

부산=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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