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 해도 음악 페스티벌은 남의 나라 얘기였다. 2004년 황무지나 다름 없었던 경기도 가평 자라섬에서 음악 축제가 열렸다. 페스티벌도 생소한데 장르는 재즈였다.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지난해까지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는 누적관객 160만명, 53개국 777팀의 아티스트가 참가했다. 명실상부한 국제적 음악 축제로 거듭난 셈이다.

가을, 다시 재즈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평군 보물 1호로 자리잡은 자라섬에서 9∼11일 제 12회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린다. 지난 6월 얼리버드 티켓 1000매가 오픈 80초 만에 매진돼 올해도 자라섬 페스티벌을 기다리는 음악팬들의 열기를 가늠케했다.
올해는 27개국 뮤지션 100팀이 참가한다. 특히 카메룬 출신의 세계적 베이시스트 리차드 보나와 미국의 대표적인 퓨전 재즈밴드 스파이로 자이라는 재즈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아티스트다. 베이스 외에 기타, 피아노, 플루트 등 못 다루는 악기가 없는 만능 플레이어이자 뛰어난 보컬리스트로도 잘 알려진 보나는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자라섬을 다시 찾는다. 10일 밤 재즈 아일랜드 마지막 순서를 장식할 예정이어서 그야말로 올해 축제 라인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결성 40주년을 맞은 스파이로 자이라는 스무드 재즈계의 대표적 아티스트다. 이들의 음악은 미국에서만 100만장 이상 판매된 ‘Morning Dance’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여러 광고음악으로 소개돼 잘 알려져 있다.

독일의 전설적인 재즈 뮤지션 클라우스 돌딩거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돌딩거는 1971년 결성한 퓨전 재즈밴드 패스포트와 함께 최초로 내한한다. 독일 정부는 그의 음악을 ‘독일의 문화 생활에 준 중요하고 명백한 충격’이라고 평하며 십자공로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파올로 프레수(트럼펫), 오마르 소사(피아노), 트릴록 구르투(퍼커션) 세 거장의 만남은 자라섬에서만 볼 수 있다. 프레수는 2010년, 소사는 2008년 자라섬을 방문했는데 올해는 인도 출신 구르투까지 합류해 색다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외 유명 재즈 뮤지션들도 축제 기간 여러 무대에서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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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 11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에 마련된 미드나잇재즈카페에서 노르웨이 뮤지션 아문 모르드가 공연하고 있다. |
재즈 마니아라면 독일 재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독일 포커스의 공연들을 골라보는 것을 추천한다. 자라섬 재즈는 매년 한 국가에 초점을 맞추고 그 나라의 재즈씬을 집중 소개하는데, 그동안 네덜란드,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에 이어 올해는 독일이 주빈국이다. 독일은 ECM, ACT, ENJA 등의 유명 재즈 레이블을 다수 보유한 국가다. 매년 세계 최대의 재즈 엑스포인 JAZZAHEAD가 열리는 등 재즈 인프라가 막강하다. 돌딩거를 비롯한 독일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들이 참가해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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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무대 중 하나인 파티 스테이지. |
재즈를 모른다고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을 포기하거나 공부까지 하고 볼 필요는 없다. 초보자라면 공연장인 재즈 아일랜드 무대를 경험해보는 것이 좋다. 재즈 아일랜드는 북한강과 가평의 명산으로 둘러싸여 자라섬을 한껏 느낄 수 있는 페스티벌의 대표 무대다. 9일 이 무대에 서는 스파이로 자이라의 곡은 여러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친숙하게 들을 수 있고, 10일 리차드 보나도 신나고 흥겨운 무대를 선사한다. 11일 마지막 무대를 장식할 이고르 부트만과 모스크바 재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재즈 빅밴드의 뜨거운 열기와 풍성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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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제 11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웰컴 포스트에서 어린이들이 재즈 악기를 연주해보고 있다. |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가족과 함께 하기 좋은 축제여서 관객 연령층이 다양한 편이다. 미취학 아동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며, 초중고교생은 학생증을 제시하면 청소년 할인이 가능하다. 어린이를 위한 키즈 재즈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웰컴 포스트 무대에 오르는 ‘재즈 모험단 재키즈’는 재즈 악기를 연주하는 재키즈 친구들이 음악을 찾아 떠나는 내용의 음악연극으로,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재즈에 접근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 쏟아지는 별빛 속에 사랑하는 사람과 2만 관객 사이에서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경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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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팜파티. |
페스티벌 현장에는 편의점을 비롯해 각종 식음료 부스가 갖춰져 있다. 가평농산물을 이용한 지역 먹거리도 풍부하다. 재즈를 들려주며 숙성시킨 재즈 막걸리, 가평 포도를 이용한 와인으로 만든 뱅쇼(따뜻한 와인) 등도 맛볼 수 있다. 현장에서 웬만한 것은 다 구입 할 수 있지만 돗자리와 따뜻한 옷가지를 챙겨오면 좋다. 가평의 가을 날씨는 낮에는 햇살이 뜨겁고 밤에는 매우 쌀쌀하다. 밤에 입을 초겨울 옷은 필수다.
페스티벌 프로그램과 교통편 등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www.jarasumjazz.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처음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이끌어온 인재진 대표는 “단순히 재즈 음악을 즐기는 공연 위주의 축제가 아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드리는 축제가 되고자 한다”며 “관객 여러분들이 소풍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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