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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톡톡] 반복되는 ‘금융공기업 A매치데이’ 왜

입력 : 2015-09-10 19:50:47 수정 : 2015-09-11 01: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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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공기업 신입 공채시험 왜 한날 치르나… 중복합격 방지 취지에도 기회 제한 유감
2015년 10월24일. 보통 사람에게는 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토요일입니다. 금융공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나 인생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중요한 날입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예금보험공사의 입사 필기시험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날을 ‘금융공기업 A매치데이’라고 부릅니다. 축구 성인 국가대표팀(A팀)의 경기가 몰려 있는 날을 뜻하는 A매치데이에서 따온 표현입니다. 그만큼 중요하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는 의미일 겁니다. 아직 채용공고를 내지 않은 한국거래소까지 합쳐서 보통 6개 공기업이 매년 같은 날에 필기시험을 봅니다. 한은이 먼저 날짜를 정하면 다른 공기업이 이에 맞추는 식입니다.

금융공기업들이 언제부터 같은 날에 필기시험을 봤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6년부터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이 사회문제로 비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고 고용이 안정적인 금융공기업의 인기가 올라가던 시기와 일치합니다. 금융공기업의 대졸 초임은 3000만원대 중반, 평균 연봉은 1억원 안팎입니다. 6개 공기업이 매년 300명 안팎을 뽑는데 지원자는 2만∼3만명 수준이라 경쟁률이 최대 100대 1가량입니다.

A매치데이의 유래에 대해서는 ‘인재를 다른 곳에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각 공기업 간 자존심 싸움이다’ 등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중복 합격 방지’와 ‘비용 절감’입니다.

우수한 지원자가 여러 곳의 시험을 본 뒤 합격해서 한 곳을 골라가면 다른 공기업은 불합격자 중 추가 합격자를 내야 합니다. 시험 날짜가 다르면 응시자가 늘어나 채용절차를 진행하는 데 더 많은 돈이 듭니다.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같은 날 필기시험을 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불만을 표시합니다. 필기시험 준비를 열심히 해도 1년에 1곳밖에 시험을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공기업에서 서류 합격이 될지 몰라 자기소개서는 다 써서 지원해야 하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

공기업의 A매치데이 결정에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필기시험을 각자 다른 날짜에 보더라도 중복 합격자는 면접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취업난이라는 벼랑에 몰린 청년들에게 필기시험 기회라도 더 주는 아량을 베풀 수는 없는 걸까요?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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