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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화백 "주름진 노인 얼굴이 삶의 진정성 일깨워"

입력 : 2015-09-09 10:09:58 수정 : 2015-09-09 10: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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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이상원미술관서 '老病死 다시 生' 전시 1935년생인 이상원 화백이 노년의 삶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이 화백은 1950~1960년대 영화극장 간판 그림과 주문 초상화를 그리다가 순수미술로 전환한, 요즘에는 보기 드문 작가다. 
이상원作 동해인,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1998

강원도 춘천 출신인 그는 화가가 되고자 1953년 서울로 상경해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다가 다음해부터 서울시내 극장 등지에서 간판 그림을 그렸다.

1960년 주문을 받아 초상화를 시작한 그는 1970년 안중근 의사기념관에 전시된 안중근 의사 영정을 제작했다.

1974년에는 상업미술에서 순수미술로 전환해 작품활동을 해 왔다.

팔순을 넘긴 그가 고향인 춘천 사북면에 있는 이상원미술관에서 선보일 전시 제목은 '老病死 다시 生'이다.

흔히들 생로병사(生老病死)라고 하지만 노화백의 이번 전시에선 삶이 '로병사(老病死)'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다시 생(生)'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태어나서 늙어 병들고 죽는 순차적인 삶의 진행에서 그 끝이 죽음이라고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고자 하는 뜻이 들어 있다.

노년은 요즘 국내외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화백은 순수미술에 입문한 지 20여년이 지난 1990년대 후반 다시 사람들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작품 속 노인들 얼굴에는 한결같이 깊게 팬 주름이 있다. 머리카락은 백발이다. 

이상원作 동해인, 한지위에 먹과 유화물감, 2000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 뒷짐 진 모습, 지팡이를 짚은 손, 불편해 보이는 다리가 보인다.

행색은 그리 화려하진 않다. 내면은 침잠돼 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의 얼굴에선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미소는 평화스럽게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삶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전시를 앞두고 지난 8일 밤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화백은 왜 노인이냐는 질문에 "그리는 게 재미있다"고 답했다.

그는 동해안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사람들을 스케치한 뒤 '이 할머니는 이렇게 그리면 되겠다'는 식으로 작품을 재구성한다는 그는 영화극장 간판 그림을 그리면서 데생을 많이 한 실력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화폭에 노인들만 담는 이유에 대해 화백은 "많은 인물을 만나보면 그중에 내 마음속에 깊이 파고드는 얼굴들이 있다"며 "삶의 진정성을 일깨워주는 얼굴들"이라고 말했다.

화백은 "의도치 않았지만 주름지고 못생긴 얼굴들, 특히 노파들의 얼굴에서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돌아봤다.

팔순이 넘은 화백도 더 깊어가는 시간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상원 화백이 8일 밤 서울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그는 "시간은 가고 죽을 날이 다가온다"며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고도 했다.

지나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화백은 6~7세 때 그림을 잘 그린다며 할아버지로부터 칭찬을 받았고 성장해선 생계수단으로 영화극장 간판 그림을 그렸다.

당시 영화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고서도 간판 그림을 보느라 한동안 그 앞을 지켰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바로 간판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조수생활을 거쳐야 했다.

2~3개월 상영작 간판 그림을 그리면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후 다른 사람들처럼 인생의 굴곡을 거친 그는 요즘도 춘천 작업실에서 오전 6시면 일어나 작품을 시작한다.

그는 "이제 도시에 오면 목도 칼칼해지고 살 곳이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춘천 이상원미술관은 화백의 아들인 이승형 대표가 지난해 10월 건립했다.

자연 속의 미술관을 꿈꾸던 두 부자의 꿈을 실현한 것이다.

이상원 화백은 "나는 작업하기 때문에 건강하다"면서 "최근에는 작업의 관심이 닭으로 옮겨갔다"며 여전한 창작열을 보여줬다.

전시는 12일부터 12월6일까지다. 문의 ☎ 033-255-9001.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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