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단지’래서 뚱딴지라는 이도 있고, 잎과 꽃이 감자 같지 않은데 ‘뚱딴지같이’ 감자 닮은 뿌리가 달렸대서 뚱딴지라 부른다는 설도 있으나 궁리해 봐도 속 시원한 답은 아닌 듯하다. 외국에서 뿌리를 사료로 쓰는 식물인데 이제 이 산야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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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 군락 있는 쑥과 야생화의 섬 애도(艾島)에서 바라본 나로도항. 어업기지이면서 여수∼거문도 뱃길의 기착지 관광항구다. 우주기지는 저 산 뒤편에 있다. |
“뱀 다리 ‘사족’은 쓸데없는 일 또는 군더더기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오래전에는 뱀도 다리가 있었습니다… 미국 연구팀이 다리가 네 개 달린 뱀 화석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브라질에서 나온 이 화석의 연대는 1억1000만년 전으로 추정되며, 네 발이라는 점이 특별한 뱀의 화석입니다.”(데이브 마틸 미 포츠머스대 교수) “몸길이 20cm의 이 뱀은 손이 달렸으며, 손보다 좀 긴 발이 달렸습니다. 이 손발은 뱀이 걷기를 중단하고 기어 다니기 시작했을 때에도… 먹잇감을 붙잡거나 교미할 때 상대방을 움켜잡는 데 유용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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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과 이브 살던 에덴동산의 뱀은 인간을 유혹하는 (악한) 존재로서의 상징이다. 동양(중국)의 뱀은 그 다리(발)의 부재(不在)가 비유법의 출발점이다. 동서양의 차이인가. |
뱀을 그리고 나서 (있지도 않은) 발을 덧그렸다는 뜻이다. ‘쓸데없는 군짓을 하여 도리어 잘못되게 함을 이르는 말’이 사전의 풀이이다. 중국 은(殷)과 주(周)나라에 이어 진시황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일들을 적은 기록인 ‘전국책’(戰國策)에 나온 이야기가 그 바탕이다.
초나라 소양(昭陽)이 위나라를 함락하고 나서 제나라를 치려 하자 제의 외교관인 진진(陳軫)이 찾아와 자기 나라(제)를 치는 것은 당신(소양)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설득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동원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소양은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뱀을 먼저 그린 사람이 맛난 술잔을 차지하기로 내기를 하였습니다. 어떤 이가 ‘뱀의 발까지 다 그렸다’며 술을 마시려 하였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이 그림을 끝내고 ‘뱀엔 발이 없는데 발을 그렸으니 무효’라며 술잔을 빼앗아 마셔버렸답니다. 이미 죄다 얻은 장군이 또 제나라를 치려다 혹 패하면 뱀 다리 그린 이처럼 모두 잃게 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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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딴지의 잎과 꽃. 추석 무렵에 주위의 분위기를 환하게 하는 들꽃이다. 감자 비슷한 뚱뚱한 뿌리는 약으로도 쓴다. |
함의(含意)라는 말이 있다. 뜻(意)을 머금었다(含)는 이 말은 ‘밖으로 드러난 것 말고 그 안에 담긴 (또 다른) 뜻’이라는 의미다. 사족이 ‘쓸데없는 말’이라는 밖으로 드러난 뜻 말고, ‘그 안에 담긴 다른 뜻’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로도 쓰이는 까닭에 이 말의 생명력은 지속되는 것 같다. 말하자면 ‘사족’의 함의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족 같지만’ 하고 시작하는 말에는 대개 그 말하는 이의 뜻밖의 본심(本心)이 숨어있을 수 있다. 이를 주의 깊게 여기지 않으면 그 협상(대화)에서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충고도 가능하겠다. 사족의 이런 여러 의미를 모른 채 단지 사전에서 일러주는 ‘쓸데없는 말’이라는 뜻으로만 알고 쓰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말과 글’에 관한 공부가 늘 필요한 이유다. 말이 보듬은 역사성이 생성(生成)하는 이런 다양한 뜻이 또한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를 담지(擔持)하여 후세에 전하는 연모다. 이런 뜻을 잊으면 우리 사회의 생각이 어언 ‘뚱딴지’가 될 수 있다.
강상헌 언론인·우리글진흥원 원장
■ 사족(蛇足)
그 기사에 댓글 많이 달렸다. 제일 많은 것은 이 ‘발견’이 진화론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니다 세상은 지금 이대로 창조된 것이니 네 발 달린 뱀이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진화론(進化論)과 창조론(創造論)의 좀 과격한 벋섬이다. 역사 오랜 논쟁으로 종교와도 관련 깊은 주제다.
‘사족을 못 쓴다’는 말로 이해하고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말글의 상당 부분이 뜻글자인 한자(漢字)를 보듬은 소리글자인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터다. 이때 사족은 四足 즉 두 팔과 두 다리 사지(四肢)다. 사지를 못 움직일 정도로 (기분) 좋을 때 쓰인다. ‘뱀 다리’ 사지를 ‘두 팔과 두 다리’ 사지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의당 소통에 틈이 생길 터다.
역사책의 용어 사족(士族)에 관해 묻는 댓글도 있었다. 이 사족과 그 사족은 같은가, 다른가 하는 질문이었다. 선비 士, 겨레 族의 합체로 ‘문벌 좋은 집안, 또는 그 자손’의 뜻이다. 어린 세대의 이런 헷갈림을 짐작도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많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장단(長短) 즉 길고 짧음을 챙겨야 정확한 발음이다. 뱀 다리 사족은 짧게 (사족), 두 팔 두 다리 사족과 선비집안 사족은 길게 (사:족)이다.
사족 같은 얘기지만, 이 장단음은 한자의 성조(聲調)인 평상거입(平上0去入)의 사성(四聲)이 그 기준이다. ‘재야’(在野) 국어학자 최한룡 선생의 설명이다. 평성과 입성은 짧게, 상성과 거성은 길게 소리 내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사성의 표시가 있는 것이라야 제대로 된 (쓸 만한) 한자사전이다.
그 기사에 댓글 많이 달렸다. 제일 많은 것은 이 ‘발견’이 진화론을 입증하는 것이다, 아니다 세상은 지금 이대로 창조된 것이니 네 발 달린 뱀이란 있을 수 없다는 식의 진화론(進化論)과 창조론(創造論)의 좀 과격한 벋섬이다. 역사 오랜 논쟁으로 종교와도 관련 깊은 주제다.
‘사족을 못 쓴다’는 말로 이해하고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 말글의 상당 부분이 뜻글자인 한자(漢字)를 보듬은 소리글자인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터다. 이때 사족은 四足 즉 두 팔과 두 다리 사지(四肢)다. 사지를 못 움직일 정도로 (기분) 좋을 때 쓰인다. ‘뱀 다리’ 사지를 ‘두 팔과 두 다리’ 사지로 아는 사람이 있으면 의당 소통에 틈이 생길 터다.
역사책의 용어 사족(士族)에 관해 묻는 댓글도 있었다. 이 사족과 그 사족은 같은가, 다른가 하는 질문이었다. 선비 士, 겨레 族의 합체로 ‘문벌 좋은 집안, 또는 그 자손’의 뜻이다. 어린 세대의 이런 헷갈림을 짐작도 못하는 기성세대들이 많다.
읽을 때 주의할 점, 장단(長短) 즉 길고 짧음을 챙겨야 정확한 발음이다. 뱀 다리 사족은 짧게 (사족), 두 팔 두 다리 사족과 선비집안 사족은 길게 (사:족)이다.
사족 같은 얘기지만, 이 장단음은 한자의 성조(聲調)인 평상거입(平上0去入)의 사성(四聲)이 그 기준이다. ‘재야’(在野) 국어학자 최한룡 선생의 설명이다. 평성과 입성은 짧게, 상성과 거성은 길게 소리 내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이 사성의 표시가 있는 것이라야 제대로 된 (쓸 만한) 한자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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