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서 외교전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발표된 뒤 주도권 다툼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그간 과거사 연대로 일본을 견제했지만 최근에는 양상이 바뀌었다. 일본 아베 총리가 전승절을 전후해 방중하기 위해 중국과 일정을 조율하는 등 두 나라 관계가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전승절 참석을 발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아베 총리가 방중하면 그에 맞춰 한국이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논의를 급진전시킬 수도 있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나 리수용 외무상급의 고위 인사 참석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접촉을 하거나 중국을 통한 압력행사로 북한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전승절 참석을 계기로 동북아의 질서 변화에 선제적이고 주도적인 대응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중국은 전승절을 기념해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군 열병식을 진행한다. 이 행사에는 1만명 이상의 병력과 최신 무기 등이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어제 전승절 행사 참석을 포함한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열병식 일정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톈안먼 광장 사열대에 올라가 열병식에 참석하는 데 대한 고민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6·25 때 우리 영토를 침범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게 하고 통일을 좌절시켰다. 박 대통령이 이 같은 군대의 퍼레이드에 손을 흔들거나 사열대에 올라가 격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사례도 있다. 메르켈 총리는 5월 러시아 승전기념식 퍼레이드가 열린 다음날 모스크바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중국에 양해를 구하고 열병식은 불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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