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영화의 흥행을 바라보는 LA 거주 한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미국 사회의 만연한 인종차별을 신랄하게 비판한 이 그룹이 1992년 4월 흑인들의 ‘LA 폭동’에 일조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주인공인 아이스 큐브(본명 오셰이 잭슨)의 노래 때문에 당시 한인 상점들이 집중적으로 공격받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명 블로거인 미셸 맬킨은 ‘리얼클리어폴리틱스’와 ‘누즈호크’ 등에 기고한 칼럼에서 “차라리 영화 제목을 ‘눈가림 출신’이라고 바꾸라”고 비판했다. 맬킨은 “N.W.A 멤버들의 부정적 과거 사실은 숨긴 채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영화”라며 “폭동을 야기한 주인공들을 우상화하고 있는 작금의 대중문화 모습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N.W.A의 대표적 ‘흑역사’가 잭슨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사망진단서’(1991년 10월)에 수록된 ‘블랙 코리아’(Black Korea)이다. 노래에는 “흑인들의 주먹에 경의를 표해라/ 안 그러면 너희 상점을 불태워 재로 만들겠다/ 우리 동네를 블랙 코리아로 만들 수는 없다”는 자극적 내용이 담겨 있다. 맬킨은 “이 노래로 LA 폭동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백인 경관의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은 묻혀지고 한인 상점에서 주인이 흑인 소녀를 살해한 사건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LA 폭동을 경험한 재미교포들은 거리에 내걸린 영화 포스터를 보기만 해도 당시의 고통과 억울함이 떠오른다는 반응이다. 폭동 당시 코리아타운에서 근무했다는 김경수(52)씨는 현지 교포 신문에 “아들이 영화를 보고 ‘N.W.A’라고 적힌 모자를 쓰고 있길래 당장 벗으라고 했다”며 “한인들은 자신을 제물로 삼아 뜬 그룹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에 공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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