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22일 선고 30분 만에 평상복으로 갈아 입고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조 전 부사장이 지난해 12월5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 지상에서 항공기를 돌린 행위가 항공보안법상 항로변경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에서 규정한 ‘항로’의 의미를 1심과 달리 엄격하게 해석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항공기가 ‘푸시백’에 의해 17m가량 후진한 곳은 모두 ‘계류장’으로, 이는 항로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계류장은 토잉카(견인차)를 통해 항공기를 끌어 이동하는 장소로, 기장의 판단에 의해 자유로운 회항이 이뤄지는 곳이다. 1심 재판부는 항공보안법상 항로의 개념을 ‘항공기가 이륙 전 지상에서 이동하는 상태’를 포함한다고 규정, 조 전 부사장에게 항로변경죄를 적용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의 기내 폭행이 강력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항로변경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재판부는 “항로변경죄는 항공기 납치 등과 같은 강력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며 “폭행에 대해서는 항공보안법의 다른 규칙으로 처벌할 수 있어 처벌공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선고 직후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상처를 받은 모든 분들께 조 전 부사장을 대신해 진심으로 사죄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은 판결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법정을 떠났다. 그는 선고 직후 가족이 준비한 검은색 셔츠와 정장바지로 갈아입었으며 곧바로 자택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재판부는 국토부 조사 과정에서 박창진 사무장 등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대한항공 여모 상무에게도 징역 8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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