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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공공장소 ‘민폐’ 해법은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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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0 21:36:32 수정 : 2015-05-10 21: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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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러네. 공연 보기 힘든가.’

지난달 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나는 마음속으로 감탄 대신 한숨을 쉬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 교향악단인 네덜란드 로열 콘세르트 허바우(RCO)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는 자리였다. RCO 같은 명문 악단이 국내에서 나흘 연속 전곡 연주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RCO는 기복이 있기는 해도 명성대로 실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나는 음악에 푹 빠지지 못했다.

문제는 옆자리 관객들이었다. 한 쪽 관객은 공연 내내 다리를 덜덜 떨기를 반복했다. 나름 박자에 맞추는지, 힘차고 흥겨운 대목을 연주할 때면 다리가 크게 진동했다. 곡이 조용해지면 떨림은 잦아들었다. 대신 육중한 몸을 끊임없이 뒤척였다. 2부에서는 자리를 바꿨다. 이번에는 다른 관객이 박자에 맞춰 머리를 힘차게 끄덕였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처음 보는 헤드뱅잉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으로 자꾸 옆 관객이 의식됐다.

사소한 걸로 유난 떤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음을 체득하지 못한 내 모자람 탓일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 클래식 공연장에서는 강박적으로 보일 만큼 작은 일들이 불편을 초래한다. 민간 기획사 빈체로가 공연책자에 늘 싣는 ‘공연 예절’ 항목은 ‘이런 것까지 신경 쓰나’ 싶을 만큼 세세하고 광범위하다. 빈체로는 “핸드백·주머니에 물건을 집어넣고 빼면 부스럭거리는 소음이 날 뿐 아니라 행위 자체가 주변의 주의를 산만하게 한다”고 안내한다. 또 “패딩이나 비닐 소재 옷은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거려 심각하게 타인의 감상을 방해한다”고 지적한다. 고개를 까딱거리고 손가락으로 박자를 타는 행동, 핸드폰 액정 불빛, 음식물 냄새가 가시지 않은 옷, 예술의전당 2, 3층 관객이 의자에서 등을 떼 뒷 사람 시야를 가리는 일도 삼가해달라고도 부탁한다.

송은아 문화부 기자
이를 보면 ‘사소한 행동’이 감상을 방해하는 일은 개개인의 민감함을 넘어선 문제 같다. 아무래도 집중해서 듣는 클래식 음악의 특성인 듯하다. 문제는 어디까지가 상식적 예절인지 무 자르듯 나눌 수 없다는 점이다. 내게 당연한 일이 다른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RCO 공연장에서 머릿속을 어지럽힌 생각도 이것이었다. 그날 옆 관객은 다리떨기에 대해 ‘이쯤이야’하며 당연한 권리로 여겼는지도 모른다.

나와 남의 상식이 충돌하는 건 공연장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로 끊임없이 부딪친다. 지하철에서 샌드위치와 김밥 먹는 냄새가 역하다는 성토, 지나친 향수 냄새도 테러라는 지적, 툭 튀어나온 백팩을 맨 사람들의 부주의는 하루이틀 된 논란거리가 아니다. 한 번은 붐비는 저녁 시간 마을버스 맨 뒷좌석에 탔다. 옆자리 고교생이 뜨끈한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한창 배고플 나이겠구나’하고 무심히 넘겼지만, 다른 승객들은 ‘국물이라도 엎으면…’하고 눈살을 찌푸렸을 수 있다. 대중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당연함’과 ‘용납의 범위’가 늘 엇갈린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서로 교집합을 늘리는 일, 그리고 배려만이 최선의 해법이지 않을까.

송은아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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