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바라나시에서 카주라호로 이동하는 야간열차를 타기로 했다. 역 주변은 소매치기가 활개 치니 똘똘 뭉쳐 가방을 잘 지켜야 한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서로 짐가방을 보며 화장실을 번갈아 다녀왔다. 헐레벌떡 매표소에 갔다 온 초보 가이드 쿠날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추위에 떨며 차가운 돌 위에 걸터앉아 2시간을 기다렸더니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온다. 도착한 기차는 바로 출발하지 않고 객실을 치워야 한다며 또 40분을 기다려 거의 3시간 만에 탑승했다. 한 칸에 8개 침대가 있는데 3층 맨 위칸 침대에 올라가 누웠더니 천장이 너무 낮아 내 몸에 닿을 정도다. 숨이 막힐 것 같아 앉아 있으려 해도 공간이 좁아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계속 엎드려 누워 바닥을 내려다보게 되는데 너무 높아 꼭 떨어질 것만 같다. 3층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도 불편해 결국 자기 전까지 내 자리로 가는 것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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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주라호로 가는 야간열차가 연착 2시간여 만에 바라나시 역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있다. |
우리 칸에는 거의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이 타고 있었다. 금실 좋아 보이는 프랑스인 부부는 자는 시간 빼고는 꼭 한 침대에 붙어 차창 밖 풍광을 구경했다. 아내는 화폭에 그림을 담는데 삼원색의 물감만으로 색채를 냈다. 그 부부는 한국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는 밤 늦게까지 프랑스와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에 대해 짧은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바로 밑 칸에는 중국 배낭여행객 침대다. 학교를 졸업하고 혼자 인도 여행 중인데 영어를 거의 하지 못한다. 언어 때문에 불편하긴 했어도 이미 북인도 대부분을 혼자 돌아봤고 남인도까지 돌아볼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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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인도 아이 모습. |
한참 수다를 떨고 나서야 병원 침대 커버 같은 낱장의 흰 시트를 깔고 두꺼운 담요를 덮은 채로 잠이 들었다. 여행으로 얼마나 피곤했던지 불편한 줄 모르고 푹 잤다. 한참을 잔 것 같은데 여전히 기차는 달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도착해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났다. 가이드는 4시간 정도 도착시간이 미뤄졌다고 알려 주었다.
나이가 비슷해 금방 친해진 가이드는 인도 기차의 특별한 걸 보여주겠다며 나를 기차 연결통로로 데리고 나갔다. 그리고 문을 벌컥 열었다. 쌩쌩 달리는 기차 탑승구 문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벌컥 열린다.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강타하며 눌린 머리를 헝클어뜨리는데 기분은 제법 좋았다. 인도 여행을 무사히 마치기 위한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인도 여행의 팁을 준다면 시간관념을 포기할 것과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바라나시=안재희 리포터 chss07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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