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어제 브리핑에서 주말 사태를 ‘4·18 불법·폭력 집회’라고 지칭했다. “시위 주동자와 극렬 행위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전원 사법처리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세월호 참사의 비극성을 감안하면 그 수습 방향에 관한 사회적 이견·갈등과 무관치 않은 불상사인 도심 시위에 대해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는 것을 찬성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전후 맥락을 보면 경찰을 말리기도 어렵다. 시위 참가자들은 자성의 눈을 떠야 한다.
다수 국민에게 가장 의아스러운 것은 시위 명분이다. 적어도 일부 참가자들은 일각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지’ 등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자 했을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수습 방향에 관한 의견차의 매듭은 성숙한 대화를 통해 풀 사안이다. 왜 시민사회의 기본 토대인 법질서를 망가뜨리면서 주먹으로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시위대가 왜 청와대 방향의 진출을 시도했는지도 의문이다. ‘경찰벽 무너뜨리고 청와대 향해 앞으로’라는 유인물도 나돌았다. 자가당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16일 진도 팽목항을 방문했다. 세월호 유족은 어찌했던가. 분향소를 폐쇄한 뒤 팽목항을 떠나버렸다. 대통령을 모욕하고 대화 기회도 찼던 것이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으니 세월호 비극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이다. 반정부 성향의 전문 시위꾼들이 출몰하는 현실도 걱정이다.
폭력성도 묵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경찰에 따르면 그제 의경 3명이 귀, 머리 등이 찢어지거나 의식을 잃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경찰 74명이 다쳤다. 경찰 차량 71대도 파손됐고 채증용 캠코더와 무전기 등 368개 장비 또한 집회 참가자들에게 빼앗기거나 망가진 것으로 집계됐다. 유족을 포함한 시민 부상자도 다수 나왔다. 인내 수준을 넘어도 한참 넘은 혼란상이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그제 시위대 해산에 앞서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다. 국민 다수는 희망이 아니라 절망을 봤다. 아무리 타당한 시위도 선을 넘으면 국민 시선은 싸늘해지게 마련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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