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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2003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가 분류한 ‘물 스트레스(부족) 국가’다. 2013년 말 세계자원연구소(WRI)가 공개한 세계 물부족 지도에서도 ‘높은 물 스트레스’를 받는 국가에 포함돼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이용가능한 수자원량은 세계 평균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1965년에 비해 2011년 인구는 1.7배, 생활·공업·농업용수 이용량은 5배 증가했다. 기후변화로 2061∼2090년에는 가뭄발생 기간이 지금보다 3.4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우리가 이용할 만한 물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지구상의 물 중 먹을 수 있는 담수는 3%, 특히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담수호의 물 또는 하천수는 0.01%가 안 된다. 지역과 국경을 넘어선 물 분쟁마저 심해지고 있다. 그러자 그간 사용할 수 없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하지만 안전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다면 물부족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을까. 해수담수화는 바닷물에서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없애 순도 높은 용수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이다. 1593년 신대륙을 향해 가던 배 안에서 바닷물을 끓여 증발시킨 수증기를 식수로 사용한 것이 시초다.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시설은 2006년 국토부 국가R&D(연구개발) 혁신과제로 ‘세계시장 선도형 해수담수화 시스템’이 선정되고 2008년 부산시가 대상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국비 823억원 등 총 1954억원이 들어갔다. 기장해수담수화는 정수장에서 400m 떨어진 곳의 수심 15m 깊이의 해수 중층수를 이중 역삼투압 멤브레인 필터로 걸러내는 방식이다. 가정에서 쓰는 정수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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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해수담수화시설 기장해양정수센터의 한 관계자가 지난 12일 시설로부터 330∼400m 거리의 앞바다에 있는 취·배수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
문제는 최근 사용연장 논란을 빚은 고리원전 1호기와 불과 11㎞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해수담수화시설이 설치되면서 불거져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원전 액체폐기물에 삼중수소가 있고 이는 역삼투압 방식으로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해수담수화반대주민대책위원회의 김민정 위원장은 “원전에서 배출되는 온배수의 방사선 물질은 현행 상수도 검사에서 검사할 수도 없고 삼중수소는 아무리 소량이라도 유전자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또 취수한 물 중 55%는 염분이 농축된 상태로 다시 버리는데 취수구와 배수구 사이가 70m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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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주민들과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전문가 사이에서도 논쟁은 이어진다. 이재기 한양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방사선은 평소 식품과 흙, 빗물 등 어디에나 있고 원전의 영향으로 바닷물에서 삼중수소가 증가한다고 해도 낙동강물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자력안전위 비상임위원인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핵반응 시 나오는 300가지 방사선 물질 중 측정이 불가능한 200여 가지가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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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수돗물을 생산해 공급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대산정수장에서 지난 12일 강변여과한 원수와 가정에 배달되기 직전의 정수된 물을 비교한 결과 두 물의 수질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수가 깨끗하다. |
1995년부터 강변여과수를 개발한 창원시는 우리나라 강변여과수 1세대다. 창원시 대산면 낙동강변에는 4㎞에 걸쳐 50m 간격으로 취수정이 박혀 있다. 강변에 지하 45m 깊이의 취수정을 꽂으면 하천수가 50∼100일 동안 대수층(모래, 자갈층)을 통과하면서 자연 정화되는데 이게 강변여과수다. 다시 3단계의 정수과정을 거친다. 원수가 깨끗해 일반정수처리장보다 과정을 줄일 수 있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홍수나 갈수기 때 양질의 원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창원시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여름철에 댐 방류로 온갖 이물질이 다 떠내려 올 때에도 안전하다”면서 “초기설치비용은 높지만 유지비용은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입과정은 순탄치 않다. 낙동강 수질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환경부 시범사업으로 강변여과수 개발에 들어갔던 김해시는 취수량이 계획에 훨씬 못 미치자 시공사와 분쟁을 벌였다. 강변여과수 방식을 도입하려는 부산과 구미에서는 주민과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있다.
2006년 구미공단에서 1, 4-다이옥산 유출사고로 촉발된 대구 취수원의 구미 이전사업이 9년간 표류하자 국토부는 대안으로 강변여과수 개발을 제안했다. 그러나 대구경북녹색연합의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강변여과수는 1, 4-다이옥산을 제거할 수 있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지속적으로 취수하다 보면 지반침하와 지하수위 저하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규범 수자원공사 기반시설연구소장은 “지반침하가 많이 생겨야 십여㎝ 정도고 하천변이라 도시와 같은 구조물이 없어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창원=윤지희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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