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的 결정권 침해… 과잉금지 원칙 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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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
1953년 대한민국 형법 제정 이후 62년 만이다. 간통죄 폐지 결정에 대한 평가가 교차하는 가운데 “건강한 가족공동체 유지를 위한 제도와 의식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2011년 의정부지법 판사가 간통죄를 상대로 낸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 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의정부지법 사건을 포함한 2건의 위헌제청법률 심판과 15건의 헌법소원 심판을 병합해 심리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

박한철 헌재소장과 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 5인은 “간통 행위에 대해 이를 국가가 형벌로 다스리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 더 이상 국민의 인식이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게 됐다”며 “간통죄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해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박 소장 등은 또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강제될 수 없는 것”이라며 “비도덕적인 행위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구체적인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민법 제840조)와 손해배상 청구(민법 제843조) 등에 의해 간통의 예방 효과가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같은 위헌 입장인 김이수·강일원 재판관은 각각 낸 별도의견에서 “비난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간통까지 처벌하는 것은 형벌권의 과잉행사”, “간통죄 조항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고 징역형만으로 간통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정미·안창호 재판관은 “간통죄는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존재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간통죄 처벌 규정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합헌 의견을 냈다.

이희경·정선형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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