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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제 위헌…헌법재판소 결정 근거는

입력 : 2015-02-26 18:45:47 수정 : 2015-02-27 0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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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유지는 당사자 자유에 맡겨야… 형벌로 강제 못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재문 기자
26일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은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로마시대 이래의 법언(法諺)을 우리 사회가 비로소 수용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결혼과 성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변하면서 적어도 성인 남녀 간의 애정 문제에는 국가 공권력이 개입해선 안 된다는 합의에 도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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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지키는 간통죄의 전통적 역할 약화”

헌재는 간통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가정 파탄을 막는 기능을 상실하는 등 사실상 실효성이 없어졌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사회 변화로 배우자에 대한 정조 의무 못지않게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중요해졌다고 봤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에 해당한다”고 못박았다.

기존에 헌재가 간통죄를 합헌으로 결정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던 ‘가정을 지킨다’는 명분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도 간통죄 폐지 결정의 결정적 근거가 됐다. 가정을 지키는 효과가 약화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간통죄가 이혼을 원하는 상대 배우자에 의해 악용될 여지도 있다는 뜻이다. 현행법상 배우자를 간통죄로 고소하기 위해서는 이혼소송을 먼저 제기해야 하는데, 이런 현실이 오히려 가정 파탄에 일조하고 있다는 데 다수 재판관의 의견이 일치했다.


헌재는 “간통죄 고소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부부의 감정 상태는 원상태로 회복하기 어려워 혼인제도, 가정질서 보호에 기여할 수 없다”며 “처벌된다는 두려움 때문에 간통행위에 이르지 못한다는 심리적 사전억제 수단도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지위 향상도 간통죄 폐지 결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했다. 헌재는 “민법 개정으로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재산분할청구권이 부여되고, 주부의 가사노동도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인정돼 이혼 후 생활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 등 여성을 더 이상 ‘약자’로 간주할 여지가 없다”고 명시했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2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TV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파탄 직전 부부에 대한 정조 강요는 부당”


위헌 의견에 가담한 김이수 재판관이 다수의견과 별개로 낸 별도의견은 우리 사회의 달라진 세태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김 재판관은 간통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눴다. 첫번째는 배우자가 있는데도 단순히 성적 쾌락을 위해 혼외 성관계를 맺는 경우, 두번째는 지금의 배우자보다 매력적인 상대와 사랑에 빠진 경우, 세번째는 혼인이 사실상 파탄된 상태에서 새로운 사랑의 상대방을 만난 경우다.

김 재판관은 이 중 세번째 유형에 대해 “비난 가능성이 지극히 미약하다”면서 “사실상 파탄 상태인 부부에게까지 형벌로 성적 성실의무를 강제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의 지나친 제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지 법률상 기혼남, 기혼녀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유형의 간통 행위까지 다른 유형과 동일하게 형사처벌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2014년 11월 선고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한 것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당시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 상태에 이른 기혼자와 성적 행위를 한 경우 그 배우자에게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판결해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사법연수원장을 지낸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헌정사상 초유의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유일하게 해산 반대 의견을 내 주목을 받았다.

이희경·정선형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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