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 긍정 발현 세계평화 주도해야 한 문화를 설명할 때 가장 심층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은 신화분석을 하는 것이다. 신화는 마치 인문학의 수학과 같은 것이다. 겉으로 보면 불합리해 보이는 신화나 전설이 문화의 핵심을 알려준다. 한국 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심청전과 바리데기 이야기이다.
심청전은 심봉사의 딸인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자신을 팔아 용왕제의 제물이 되어 바다에 뛰어듦으로써 결국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고 자신은 용왕의 왕비가 된다는 효녀 이야기이다. 심청전은 본래 전형적인 무교의 이야기 구조인데 후에 유교와 불교와 도교로 윤색되기도 했다. 심청전을 오늘의 역사철학적 입장에서 해석하면 재미있는 결론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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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
심청전의 이야기를 따라가면, 결국 애지중지하게 키운 딸을 제물로 팔아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딸은 감정의 순수한 덩어리요, 딸은 땅이다. 우리 역사가 수없는 외침을 많이 받고 국토를 유린당하는 것은 이를 잘 말해준다. 한국 문화는 남성성의 부재이다. 그런 점에서 심청전은 한국 문화의 특징이면서 내홍이다. 심청전의 이야기는 여러 각도에서 조명할 수 있겠지만 결국 ‘딸과 효(孝)와 무(巫)’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바리데기 신화도 마찬가지이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대체로 이렇다. 옛날 어느 나라의 국왕 부부가 딸만 계속 일곱을 낳는데 그만 막내딸을 내버리게 된다. 버림받은 딸은 천우신조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은 죽을병에 걸린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신이한 약물이 필요한데 신하와 여섯 딸이 모두 약을 구하지 못한다. 이때 버림받은 바리공주가 찾아와 약물을 구하고, 죽은 아버지를 살린다는 이야기이다. 바리공주는 나중에 저승을 관장하는 신이 된다. 바리데기 신화는 심청전과 달리 국왕 부부와 그 막내딸인 바리공주의 이야기이지만 결국 ‘딸과 효와 무’의 구조인 점에는 심청전과 다를 바가 없다. 바리데기 신화는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적용되는 좋은 사례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은 ‘얼음공주’가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역사에서 구한 ‘바리공주’이다.
‘딸과 효와 무’의 구조는 한국 문화를 지탱하는 집단무의식이고 집단상징이다. 바리데기 신화는 무가(巫歌) 사설의 기본이고, 심청전은 판소리 여섯 마당에 올라 있다. 심청전과 바리데기 신화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복합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한국 문화의 여성성이 심청전이나 바리데기처럼 ‘긍정적 구원’으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 질투’로 드러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구원과 질투의 양 극단으로 나뉘어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 문화의 여성성이 반드시 긍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 문화의 여성성이 가장 부정적으로 나타난 역사적 예가 바로 북한 정권이다. 북한의 자학적(자살적) 독재세습정권은 평양 시민을 제외한 북한 주민의 대부분을 고문과 살인의 공포와 굶주림으로 떨게 하고 있고, 남한이나 외국에서 원조해준 식량조차 백성들에게 나누어주지 않고, 일부 권력층과 군대의 식량으로 전환하거나 해외에 되팔아서 무기자금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남한에서는 여성성의 부정적 발현이 종북좌파와 반체제로 나타나 있다. 남북한의 체제경쟁에서 북한식 사회주의의 정통성을 머리에 입력한(세뇌된) 종북주의자들은 북한식의 정의와 구원(남조선 해방)을 맹신함으로써 남한의 ‘잘 사는 것’에 대한 질투집단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전 대표는 자신이 당선되기보다는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대통령 출마를 했다고 공개 선언할 절도로 질투의 화신이 되었다.
종북좌파들은 남한에 살면서 심지어 국회의원과 온갖 명예와 자유와 풍요의 혜택을 누리면서 정신적인 고향은 북한에 가 있는, 그러한 사람들이다. 심지어 극단적 종북좌파들은 ‘남한에 민주주의가 끝났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바람직한 민주주의란 말인가? 만약 북한의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자폭하는 심정으로 핵무기를 사용한다거나 끝내 전쟁을 도발한다면 우리 민족의 미래는 없다. 그런 점에서 어떤 경우에라도 평화통일을 달성해야 한다. 북한의 전략적 거짓 평화통일이 아니라 민족의 진정한 문화 역량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해야 한다. 지금 통일만큼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진 주제는 없다.
조선왕조체제가 근대에 이르러 해방과 더불어 서구의 자유자본주의와 공산사회주의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극단적으로 변하는가를 보여주는 샘플이 오늘날의 남북한이다. 북한체제는 한민족 5000년 역사의 최대 수치이고 내홍이다. 어떻게 우리 민족이 북한과 같은, 인간 최악의 체제를 만들어 내놓고 역사와 인류 앞에 고개를 들고 있는지 부끄럽다.
이러한 민족적 최대 난국을 헤쳐 나갈 때 한민족에게 미래가 있을 것이다. 이제 한국 문화의 여성성이 역사에서 긍정적으로 발현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야말로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일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여성스러운 나라가 세계평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고 말할 수 있다.
박정진 객원논설위원·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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