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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비약은 치명적… 사고과정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서술해야

입력 : 2015-01-25 20:04:16 수정 : 2015-01-25 20: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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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술술] 논술의 감점요소 ②
지난주에 이어 논술의 감점요소를 살펴본다. 이번주에 살펴볼 사례들은 논리적 구체성이 결여되고 감정적·극단적 주장을 하는 경우다. 논술은 글쓴이의 사고과정을 보여주는 글이다. 하지만 자신이 제시문을 보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과정은 생략하고 결론만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즉, 중간에 논리의 비약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당연한 전제는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읽는 이도 동의할 만한 기본적인 전제에 국한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논술에서는 되도록 모든 사고과정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요구된다.


◆논리적 구체성 결여

〈사례 1〉

문제: 제시문 (가)의 관점과 제시문 (나), (다), (라)의 관점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술하라.

‘제시문 (가)와 나머지 변화 방식의 공통점은 변화의 과정이 있다는 것이다. 4개의 제시문 모두 변화가 점차적으로 발전, 쇠퇴하며 전개되어진다. (가)의 변화과정을 보면 ‘혁신’이라는 중간점을 가지고 ‘임의의 국면’부터 네트워크가 파괴될 때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제시문 (나), (다), (라) 글에서도 각각 기술과 사회, 경제의 변화를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 중앙대 2009 모의 논술시험 학생 답안 中

〈사례 2〉

문제: 대표값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제시문 (가), (나), (다)의 주장을 각각 논의하라.

‘이 현상을 제시문 (다)와 관련하여 해석해 볼 수 있는데, 강화군의 미세먼지 농도는 ‘뛰어난 극소수’를 대변한다. 강화군이 자료에 포함됨으로써 전체를 대표하는 평균값이 64.25에서 60.6까지 약 3.85의 차이가 생긴다. 이 점에서 제시문 (다)에서 천재를 억압함으로써 사회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의 타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연세대 2008 수시 논술 학생 답안 中

사례 1은 제시문 (가)의 변화과정은 비교적 길고 자세하게 설명한 반면, (나), (다), (라)의 경우 간단히 한 단어로 서술하였다. 학생이 제시문 (나), (다), (라)를 읽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최소한 (나)의 ‘기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써 줄 필요가 있다. 결국 이 글은 논리적 구체성이 결여되어 좋은 점수는 받지 못할 것이다.

사례 2 역시 논리의 비약이 발견된 경우다. 먼저 강화군이 뛰어난 소수를 대변한다는 주장을 한 후 강화군이 집단에 포함되었기 때문에 평균값이 3.85나 차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리고 천재를 억압함으로써 사회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주장이 타당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천재가 억압된 것이 표에 어떻게 나타났는지와 사회가 혜택을 받지 못한 것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서는 도무지 알 수 없다.

학생은 강화군이라는 뛰어난 천재 때문에 사회 전체의 평균값이 3.85나 감소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어떻게 강화군 때문에 사회가 어떤 혜택을 얻는지 밝혔어야 한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생각을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자신의 사고과정을 투명하게 보여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해야 할 것이다.

〈사례 3〉

문제: 제시문 (가), (나), (다)의 주장을 비교하라.

‘제시문의 사관은 (가)의 주장과 다르다. 세달사의 일개 걸승이던 궁예를 신라 헌안왕의 왕자로 만든 이유는 왕건 중심에서의 가치판단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왕건이 궁예를 쫓아내고 고려의 임금이 되기 위해서 정당한 이유가 필요했다. 궁예가 어릴 때 신라 헌안왕이 궁예를 내쫓으려 한 것에 대해, 궁예가 이를 원망하며 헌안왕의 초상화를 칼로 친 일은 ‘효’윤리관에 어긋난다.…’ -연세대 2009 모의 논술 학생답안 中

사례 3은 첫 문장에서 제시문 (나)가 제시문 (가)의 주장과는 다르다고 주장하였으나,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두 번째 문장부터는 제시문 (나)에 대한 단순 요약이 명시되어 있을 뿐, 주장에 대한 근거는 없다. 만일 다르다고 주장했다면 다르다고 생각한 이유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 이 역시 학생의 사고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논술에서 논리의 비약은 치명적이다. 자신이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그 과정을 가능한 구체적이고 투명하게 서술해야 한다.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논조로 주장하는 경우

최근 ‘∼의 입장에서 ∼을 비판하라’는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감정을 실어 감정적이거나 극단적인 논조로 글을 전개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출제자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극단적이거나 감정적인 주장은 자칫 주장의 설득력을 잃게 만들 수 있다. 자신의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하려면 ‘비판’을 하더라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논조로 주장할 필요가 있다.

〈사례 4〉

문제:제시문 (라)의 입장에서 (다)의 입장을 심도 있게 비판하라.

‘… ‘책임’이 없는 ‘목적’만을 위해 창조된 생명에게 인간의 완전성을 기대한다는 것은 크나큰 오류이며 착각이다. 이는 오히려 죄악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도대체 인간들이 원하는 ‘완전한 인간’은 무엇인가? 사회성도 지니지 못한 슈퍼맨 같은 존재가 완전한 인간이란 말인가? 또한 사회성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더욱 우수한 오메가 인간을 만든다 하여도 그것이 프랑켄슈타인과 같은 존재라면 과연 ‘인간’이라 불릴 수 있는가?…’ -서강대 2009 모의 논술 학생 답안 中

사례 4가 이 경우에 해당한다. ‘크나큰 오류’, ‘착각’, ‘죄악’과 같은 단어는 글 전체의 분위기를 감정적으로 몰아간다. 또한 답이 보이는 의문문을 남발한 것도 학생이 주관적인 감정에 치우쳐 글을 작성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글의 내용이 아무리 참신하다 하여도, 이런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어투는 주장의 설득력을 반감시킨다. 따라서 비판을 할 때에서도 차분함은 잃지 말아야 하며,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단어보다 유보적이고 이성적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례 5〉

문제:제시문 (가) (나) (다)를 참고하여 자유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얼룩이의 의견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만일 얼룩이 말대로 강력한 지도자를 선출한다면 개인의 자유는 말살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있어 자유보다 소중한 가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독재 정권이 국민의 자유를 억압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개인에게 있어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고려대 2009 수시 2 논술 학생 답안 中

사례 5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제시문의 인물을 강력히 비판하였다. 물론 공격적인 글쓰기는 학생이 그만큼 주관이 확실하다는 것을 나타내므로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와 같은 극단적인 주장은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제시문에서 얼룩이는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지도자의 선출을 주장했는데, 이와 같은 주장이 전혀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는 얼룩이의 주장대로 지도자를 선출하고 있기도 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얼룩이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평가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선택하지 않은 대안의 장점을 간략히 제시하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 주장은 더욱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나의 주장이 옳다고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태도는 토론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방의 의견을 고려하는 자세가 부족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비판’하라는 문제에서는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논조는 피해야 한다. 내용면에서는 공격적으로 비판하더라도 차분하고 이성적인 논조는 유지하자.

김윤환 논단기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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