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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진보지식인의 삶 한눈에

입력 : 2015-01-08 19:46:11 수정 : 2015-01-08 19: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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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사박물관, 3월29일까지 ‘탑골에서 부는 바람’展
박제가·이덕무 시집 등 유물 300점 전시
조선의 18세기는 특별했다. 영조, 정조가 있었고 박지원, 이덕무, 홍대용 등이 활약했던 시절이었다. ‘중흥 군주’로, ‘북학파’로 불리며 이제 가장 인기있는 조상이 된 이들은 조선의 ‘르네상스’를 주도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9일부터 3월29일까지 열리는 ‘탑골에서 부는 바람’은 18세기 조선에 거세게 불었던 변화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전시회다. 

박지원과 이덕무, 유득공은 이웃이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흰 자태를 뽐내며 당당하게 서 있던 곳, 지금의 서울 종로2가 30번지 탑골공원 근방이었다. 이들은 남산 자락에 살던 홍대용, 박제가, 백동수와 교류했고, 흰빛의 원각사지 10층 석탑에 착안해 ‘백탑파’(白塔派)라 불렸다. 백탑파의 멤버들은 관념적으로만 흐르던 주자학을 거부하고, 자주적인 학문의 자세를 견지하여 민생을 보듬는 이용후생의 학문을 추구했다. 청나라의 발달된 문물을 수용하여 백성들의 삶을 개선하고자 했던 것도 백탑파의 공통된 경향이었다.

전시회에는 박제가의 ‘북학의’, 박지원의 ‘열하일기’ 등 백탑파 멤버들의 저서뿐만 아니라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4명의 시를 뽑아 엮은 시집으로 중국에까지 알려진 ‘한객건연집’ 등 300여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성시전도시’(城市全圖詩)는 눈여겨볼 유물이다. 정조의 명을 받아 규장각 검서관을 지내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이 당시 한양의 모습을 노래한 시를 모은 것인데, 백성들의 삶, 사회에 대한 관심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18세기 역동적인 한양의 모습을 생생하게 포착하였을 뿐 아니라 왕도(王都)의 모습도 대규모로 조감했다. 정조가 1등으로 평가했던 신광하, 2등 박제가, 공동 5등였던 이덕무, 유득공의 시와 함께 시권으로 남아 있는 이집두의 성시전도시까지 한자리에 처음으로 모았다.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선명하게 보이는 ‘탑동연첩’(사진)도 처음 공개된다.

서울역사박물관 측은 “18세기 변화의 바람이 불던 한양의 중심에는 백탑파가 있었다”며 “1800년 정조가 죽고 백탑파 역시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났으나 그들의 사상은 후손들과 제자에게 이어져 19세기 개화사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소개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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