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급청구서 위조 전액 빼가기도
전국 법원 공탁관 63명 불과, 서류 위·변조 사건 적발 어려워 국고에 귀속되는 공탁금(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개인 등이 법원에 맡기는 돈) 규모가 올해 620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공탁금 관련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타인의 개인정보로 자신의 돈인 것처럼 공탁금을 빼내거나 어려운 법률 용어로 현혹해 공탁금을 가로채는 것이 대표적이다. 소송 당사자 스스로 개인정보를 엄격히 관리하는 노력과 함께 사기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공탁금과 관련한 사기는 공탁금을 부풀려 차액을 챙기거나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로 공탁금을 무단 출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이완형 판사가 지난달 사기 혐의로 기소된 A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오모씨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오씨는 자신이 속한 사무실이 변호를 맡았던 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강제집행정지결정을 내리면서 담보공탁금으로 1100만원을 맡기라는 결정을 하자 이 금액을 1532만원으로 위조해 그 차액을 개인용도로 썼다. ‘대법관’ 명의로 된 결정서였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서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법무사가 소송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활용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경우도 있었다. 건물 명도 과정에서 분쟁이 생겨 기존 건물주가 3억원의 공탁금을 법원에 제출했는데, 법무사 김모씨는 피공탁자 명의의 공탁금출급청구서를 위조해 공탁금을 몽땅 가로챘다. 울산지법은 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수원지법은 또 1억3000만원 상당의 채권을 대신 받아주겠다고 접근한 뒤 공탁금 등을 내라고 요구해 9100만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고모씨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부주의한 개인정보 관리’ 공탁금 사기로 직결
현재 공탁과 관련한 사항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부동산 등기와 다르게 가족관계등록부에 준할 정도로 열람권자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또한 법원 외에 다른 곳으로 공탁 관련 서류가 이관되지 않고, 공탁금을 출급·회수할 때도 인감과 주민등록번호를 첨부한 서류에 한해서만 공탁금을 내주고 있다.
하지만 가능한 한 빨리 돈을 찾고 싶어하는 피공탁자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일부 법무사 등이 개인정보를 멋대로 이용해 몰래 공탁금을 빼내고 있다. 개인정보가 부주의하게 노출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전국 법원 공탁관이 63명에 불과해 공탁금 관련 서류의 위·변조를 사전에 찾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공탁금 신속처리에 관한 규정이 없는 일본과 달리 우리는 즉시처리 의무가 있고, 공탁금을 재촉하는 민원인 요구가 많아 공탁업무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20년 이상 경력의 법원사무관 이상이 업무를 담당하는 등 사기 방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데 소송 당사자가 경각심을 가지고 개인정보를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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