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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의 터키 견문록] 터키,발음·억양 비슷한 '형제의 나라'

입력 : 2014-10-24 00:37:42 수정 : 2014-10-24 17: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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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우랄알타이어족… 어순도 같아
한국 유학생들 터키 말 가장 쉽게 익혀
터키 빌켄트대는 외국인 학생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부터 이집트·파키스탄 같은 이슬람 국가와 동남아시아권 학생들까지 전 세계 젊은이들이 다 모여 있는 듯싶다.

한국 학생들은 지리적으로는 가장 먼 나라에서 온 축에 속한다. 근데 이상하게도 터키어를 가장 쉽게 익히는 건 한국 학생들이다. 발음이나 억양도 터키 사람들처럼 제일 비슷하게 따라 한다. 여기 친구들은 터키어를 모르는 나에게 발음 하나는 완전 터키 사람이라며 놀라워한다.

빌겐트대는 유럽·아랍 등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유학 온 외국인 학생이 유난히 많다. 사진은 대학 캠퍼스 내 모습.
한국 TV방송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터키 유생’으로 불리며 유명해진 에네스 카야를 보면 이해하기 더 쉽다. 그의 한국어 실력은 쟁쟁한 출연진 사이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타일러나 줄리안, 기욤도 능숙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긴 하지만 에네스의 발음이나 억양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에네스의 우리말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처럼 편안하다.

두 나라의 말소리는 매우 비슷하다. 길을 걷다 터키 사람들이 대화하는 걸 우연히 듣게 되면 이들이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우리에게 영어는 발음을 굴리는 것처럼, 프랑스어는 우아하게, 독일어는 절도 있게 각각 느껴진다. 가장 가까운 나라인 중국의 말과 일본말에서도 우리는 그들 고유의 억양과 분위기를 도드라지게 느낀다.

하지만 내게 터키말은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들린다. 가끔 코미디언들이 외국인을 흉내 낼 때 그 나라 말소리의 특징을 잡아내는 데 아무리 감각 있는 코미디언이라도 터키 사람의 말소리는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24시간 터키말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터키 말소리의 특징을 잡아낼 수가 없다.

말소리뿐 아니라 문법적으로도 두 언어는 닮았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학창 시절 국어가 우랄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이런 분류를 따른다면 터키어도 만주어, 몽골어, 일본어와 함께 우리말과 같은 알타이 제어(諸語)에 해당한다. 언어 분류에서는 공통된 조상 언어가 있다고 여겨지는 언어끼리 한데 묶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천 개 언어 중 한국어와 터키어가 같은 어족으로 분류된다는 것은 그만큼 두 언어가 문법적으로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음을 뜻한다.

‘모음조화’라고도 하는 ‘홀소리어울림’은 한 낱말에서 같은 종류의 모음이 사용되는 현상으로, 전 세계 몇 안 되는 언어에서만 발견된다. 우리말에 ‘알록달록’ ‘얼룩덜룩’처럼 홀소리어울림이 있듯이 터키어에도 존재한다.

가령 ‘∼에서’라는 뜻의 조사는 터키어로 da(다) 또는 de(데)이다. 앞에 어떤 모음을 가진 단어가 오느냐에 따라서 da와 de가 붙느냐가 결정돼 ‘앙카라에서’는 Ankara’da(앙카라다), ‘에페스에서’는 Efes’de(에페스데)가 된다. 터키어는 홀소리어울림이 가장 핵심적이며 가장 먼저 배우는 문법이다.

‘있다’ ‘없다’ 의미를 별개의 두 단어로 나타내는 점도 한국어와 일치한다. 영어와 유럽어권에서는 ‘have(해브)’, ‘don’t have(돈 해브)’처럼 하나의 동사를 부정하는 형태로 있음과 없음을 나타낸다.

그러나 터키어는 var(바르), yok(욕)이라는 두 가지 형태를 사용해 ‘있다’ ‘없다’를 표현한다. 예를 들어 물은 터키어로 su(수)인데 ‘물이 있다’는 ‘Su var(수 바르)’, ‘물이 없다’는 ‘Su yok(수 욕)’이라고 말하면 된다.

이 외에도 한국어와 터키어는 ‘주어목적어동사’ 순서로 문장을 만드는 점과 10단위로 숫자를 말하는 방법 등에서 문법이 같다.

터키와 우리나라는 서로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터키가 돌궐로, 우리나라가 고구려로 활약하던 시절에 이웃 나라와 동맹국으로서 끈끈한 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나라가 지리적으로 멀어지고 각자의 독립된 역사를 만들어가는 동안 터키어는 페르시아어와 아랍어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한국어는 중국어와 일본어의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오늘날 두 나라 말은 형제처럼 닮은 모습을 하고 있다. 마치 그 옛날 터키인과 한국인이 나란히 만주벌판을 달렸다는 것을 기억한다는 듯이 말이다.

앙카라= 글·사진 김슬기라 리포터 giraspir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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