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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 잊혀지지 않는 아픔…문화의 힘으로 보듬다

입력 : 2014-10-12 21:39:15 수정 : 2014-10-12 21:3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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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2015년 20주기 앞두고 추모·재조명 움직임 활발
2014년 오늘 대한민국의 화두는 ‘안전’이다. 선주와 선원, 그리고 정부 당국의 무사안일 속에 29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세월호 침몰 사고. 이런 대형 참사가 벌어진 원인을 똑바로 규명하고, 다신 일어나지 않게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서 문화계도 예외일 수 없다.

한국인들에게 2015년은 떠올리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아픈 기억과 마주하는 한 해가 될 전망이다.

꼭 20년 전인 1995년 6월29일 오후 5시55분 서울 서초구 한복판의 삼풍백화점이 불과 20초 만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502명이 목숨을 잃었고, 6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건물주와 시공업자, 그리고 감독기관의 ‘안전불감증’이 빚은 합작품이란 점이 세월호 비극과 판박이로 닮았다. 참사 20주기를 앞두고 요즘 문화계에서 재조명과 추모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문화재단의 ‘기억수집단’ 단원(오른쪽)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당시를 기억하는 시민의 구술을 채록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제공
◆“시민들의 기억 모아 문화콘텐츠로”


서울문화재단은 최근 ‘메모리인(人) 서울-삼풍백화점의 아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사고 생존자와 목격자, 구조에 나선 소방관·경찰관과 자원봉사자들로부터 ‘그날’의 기억을 들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일종의 구술채록 사업이다.

이를 위해 동화작가 최은영 등 15명으로 ‘기억수집단’이 발족했다. 수집단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에 관해 증언할 게 있는 사람이면 누구든 만나 이야기를 듣고 녹음할 작정이다.

최씨는 “끔찍한 사고를 경험한 분들이 아픔을 어떻게 극복하고 치유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렇게 모은 시민들의 기억을 다큐멘터리와 책 등 2차 문화콘텐츠로 가공할 계획이다.

삼풍백화점 사고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문화콘텐츠가 풍성해질 때 희생자 추모와 안전한 사회 건설에 한층 더 다가갈 수 있으리란 믿음에서다. 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과거의 아픔을 수집하는 것은 현재의 아픔을 오래 기억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끔 미래 세대와 공유하는 장치”라고 말했다.

삼풍백화점 사고에 관한 제보 신청은 ‘메모리인 서울’ 홈페이지(www.sfac.or.kr/memoryinseoul)를 통해 가능하다. 홈페이지에선 이미 채록한 시민들의 구술을 바로 곁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02)3290-7123

서울 서초구 ‘양재 시민의 숲’에 있는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 추모비. 추모 화환에 적힌 “네 곁에 갈 때까지 명복을 빌며… 엄마가”라는 글귀가 보는 이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삼풍의 비극’ 형상화 작품 뭐가 있나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문화적으로 형상화하려는 노력은 그동안 꾸준히 있었다. 문학 분야의 경우 소설가 정이현이 사고 10주기였던 2005년 발표한 단편소설 ‘삼풍백화점’이 가장 유명하다.

강남에서 부족함 없이 20대를 보낸 여자 ‘나’와 삼풍백화점에서 판매직으로 일하던 고교 동창생 ‘R’의 어색한 만남을 통해 백화점 붕괴 당시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삼풍백화점을 향한 정이현의 관심은 장편소설 ‘안녕, 내 모든 것’(2013) 등 최근작에도 이어진다.

황석영의 장편소설 ‘강남몽’(2010)은 최고급 백화점 ‘대성백화점’이 무너지는 장면에서 출발해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장면을 하나씩 끄집어낸다. 문홍주의 장편소설 ‘삼풍’(2012)도 백화점이 붕괴하고 1주일 동안 벌어진 사건들을 기록영화처럼 그렸다.

방송 드라마로는 2010년 SBS가 방영한 이범수·박상민·황정음 주연의 ‘자이언트’를 꼽을 수 있다. 돈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안 가리는 악덕 재벌을 고발한 이 드라마는 마지막 회에서 서울 금싸라기 땅에 지어 올린 초호화 쇼핑몰 ‘만보플라자’가 무너지는 장면을 통해 삼풍백화점 비극을 형상화했다.

영화는 유지태·김지수·엄지원 주연의 ‘가을로’(2006)가 대표적이다. 개봉 당시 배우 유지태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자리에 추모비 대신 아파트가 들어서 아쉽다”고 말한 것이 화제가 됐다. 옛 삼풍백화점 터에는 현재 주상복합건물 ‘아크로비스타’가 있다. 삼풍백화점 추모비는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양재 시민의 숲’에 세워졌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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