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상시에 준비하는 유비무환(有備無患) 자세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인간 삶의 덕목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하지 않는 지혜인 것이다. 사전 대비의 중요성을 보다 강조한 말에는 비 오기 전에 창문을 고친다는 ‘미우주무(未雨綢繆)’가 있다. ‘시경(詩經)’의 “비 내리기 전 뽕나무 뿌리 껍질로 틈새를 단단히 막았으니 누가 이 둥지를 허물 수 있으랴”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당위성엔 공감하면서도 정작 미우주무 같은 사전 대비를 실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비가 쏟아져 집이 무너지고 둑이 터지는 사태가 벌어져야 큰일 났다며 호들갑을 떨곤 하는 게 인간들의 보편적 모습이다. 장마나 태풍은 물론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거의 어김없이 피할 수 있던 인재(人災)라고 야단인데도 개선되지 않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조짐이 보이면 미리 대비해야 한다.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 펼칠 것을 생각하라는 ‘초윤장산(礎潤張傘)’ 자세를 지녀야 하는 것이다. 당송팔대가의 한 명인 대문장가 소순(蘇洵)이 그의 책 ‘변간론(辨姦論)’에서 “주춧돌이 축축하면 비가 내린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礎潤而雨 人人知之)”에서 유래됐다. 세상사는 알 길 없고 설마가 사람 잡는 일은 수두룩하다. 그래서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했다. 범려의 미리 준비하는 지혜를 배워야겠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礎潤張傘 :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 펼칠 것을 생각하라’는 내용으로 미리 준비하라는 뜻.
礎 주춧돌 초, 潤 불을 윤, 張 베풀 장, 傘 우산 산
礎 주춧돌 초, 潤 불을 윤, 張 베풀 장, 傘 우산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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