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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도시개발 '불통'행정…우량기업 쫓겨날 판

입력 : 2014-07-27 19:33:08 수정 : 2014-07-27 22: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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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뒤 재기 철강공장 인근에 2850여가구 아파트 승인 예정
“수년 뒤 입주 땐 민원 뻔한데” 업체노조, 市에 대책마련 촉구
부산시가 대형 철강 공장 부근 부지에 아파트를 짓겠다는 허가 신청을 받아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파트 건설이 완료돼 입주할 5∼6년 후엔 아파트 입주민들의 민원 제기가 훤히 내다보이기 때문이다.

27일 부산시와 사하구청 등에 따르면 사하구는 서울 소재 건설회사인 ㈜복성산업개발이 부산 사하구 구평동 YK스틸㈜ 인근 구평택지개발지구 내 부지 10만9884㎡(3만3240평)에 신청한 아파트 2874가구의 신축허가를 이번주 중 승인할 예정이다. 

부산 사하구 구평동 구평택지개발지구에서 내려다본 전경. 사진 뒤쪽에 있는 공장이 YK스틸이다.
부산=전상후 기자
구평택지개발지구(총 22만3665㎡, 6만8000평)가 최초로 입안된 1995년 당시에도 택지지구와 불과 50여m 떨어진 곳에 한보철강 부산제강소가 있었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한보철강의 충남 당진 이전을 전제로 구평동 일대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했다. 이어 최초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듬해 개발계획 등을 잇달아 부산시로부터 승인받았다.

그러나 이후 1997년 외환위기 때 한보철강이 부도나면서 이전 계획이 백지화됐고, 2002년 일본 야마토공업이 부산제강소를 인수해 YK스틸을 창업했다. 하지만 부산시와 LH는 택지개발사업을 백지화하지 않은 채 6차례에 걸쳐 실시계획을 변경하는 등 행정절차를 이어갔다. 한편 복성산업개발은 2011년 6월 구평택지지구 기반조성공사를 387억원에 수주, 오는 12월 완료 계획 아래 외부인 출입을 막은 채 기반공사를 진행 중이다.

만일 이대로 아파트 건설이 진행되면 제강공장에서 발생하는 분진(매우 미세한 쇳가루)과 악취가 아파트지역으로 날아들어 민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이 택지개발지구는 단지 정면에 아파트 10층 높이의 대규모 냉동창고가 지어져 있다. 게다가 주변이 여러 종류의 철강공장과 냉동·냉장 창고 등 산업시설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매년 7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며 우량기업으로 평가받는 YK스틸 측은 수년 전부터 부산시에 문제를 제기, 애초 문제 소지를 없애달라고 호소했다.

YK스틸 노조는 최근 “근로자 666명과 가족 등 2700여명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부산시와 구는 법령상 문제없음을 내세워 아파트 건설 승인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YK스틸 관계자는 “부산시와 사하구, 복성산업개발 측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는 집단민원을 우려해 짓지도 않은 아파트단지의 신축을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누구라도 이곳 현장 상황을 살펴본다면 수년 뒤 2800여가구의 입주민 1만여명이 철강공장에서 나오는 환경피해를 호소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건축물 인허가 관계 당국은 아파트단지 입주민과 생존권을 지키려는 YK스틸 근로자들의 충돌을 사전에 막는 지혜를 발휘하는 창조적인 행정을 펴야 한다”며 “만약 인허가가 강행된다면 ‘공사중지가처분 신청’ 등 모든 법적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박대엽 YK스틸 노조위원장은 “YK스틸은 본사직원 464명과 20여개의 협력업체 직원 202명 등 666명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알짜배기 제조업체인데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복성산업개발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사실 피해자가 된 상태”라며 “YK스틸 측이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5년 정도에 걸쳐 제강 설비를 개선하거나 환경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측이 상생하는 방안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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