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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新온고지신] 승하요야(繩下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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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비리 유형은 갖가지다. 직접적인 수뢰와 향응은 진부한 형태다. 고질적인 행태 중 하나는 민관유착 비리다. 이른바 마피아적 관료, ‘관피아’다. 현직에 있을 때 퇴임 후 일자리를 위해 인허가 및 관리감독 권한을 무원칙하게 적용하곤 한다. 행정재량권의 오남용이다. 퇴직 관료들이 전관예우를 받으며 동료·후배 공직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세월호 참사’ 등 숱한 재난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직자의 중요한 덕목인 청렴(淸廉)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부정부패와의 단절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뿌리가 깊다. 200년 전 ‘목민심서’는 서문에서 이렇게 개탄하고 있다. “나라가 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다(一毛一髮無非病耳). 지금 당장 고치고 바꾸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할 것이다(及今不改 必亡國而後巳).”

사실 우리 사회 대다수의 공직자들은 성실함과 사명감으로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직자들의 일탈과 비리가 대다수 청렴한 공직자들까지 매도당하게 하고, 전반적인 공직기강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법이 엄정해야 한다. 법은 목수가 나무를 재단할 때 쓰는 먹줄과 같다. 사람 따라 법 적용이 다르지 않고, 사회적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것이다. ‘한비자’는 “법은 어떤 귀함도 없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法不下貴 繩下撓也)”고 가르치고 있다.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엄격히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을 가진 퇴직관료의 전관예우를 차단하는 조항이 빠져 ‘반쪽짜리’ 관피아 대책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안타까움도 있다. 관료가 30년 안팎 해당 부처에서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그만큼 깨끗하다는 의미다. 그런 사람들을 활용하지 못함은 국가의 낭비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법적·몰상식적 관피아는 내쳐야 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繩下撓也:‘먹줄은 나무가 휘었다고 구부려 사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법 적용이 엄정해야 한다는 뜻.

繩 노끈 승, 下 아래 하, 撓 굽힐 요, 也 어조사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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