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2007)으로부터 시작된 ‘로맨틱 가이’ 수식어를 벗고 제대로 ‘액션 가이’로 인정받았다는 점, 그리고 원톱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극을 이끌어나갔다는 점 등이 그러하다.
게다가 좋은 작품은 관객들이 반드시 알아보는 법. 개봉에 앞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데다, 개봉한 지 3주가 지나서도 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으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야말로 이선균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다’다.
인터뷰에서 그에게 ‘독자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를 소개해달라고 했다. 잠시 동안의 머뭇거림. 그리고 그의 입에서 ‘어바웃 타임’(감독 리차드 커티스)이란 제목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연말 개봉해 국내 339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꼭 봐야 할 로맨틱 코미디’로 입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끝까지 간다’에서 강력계 형사로 선 굵은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그였기에 ‘어바웃 타임’은 다소 의외의 답처럼 여겨졌다.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트리플’ 등 많은 로맨틱 코미디물에 출연해온 그지만 ‘어바웃 타임’을 통해 더 심도 있는 멜로연기에 도전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한다.
장르야 어찌됐든 영화는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중심역할을 배우가 담당해야 하니 책임감은 더욱 막중해졌다. 이에 이선균은 이렇게 말했다.
“아, 다음번에는 로맨틱 가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목: 어바웃 타임(2013, 영국)
감독: 리차드 커티스
국내개봉: 2013년 12월5일
장르: 멜로, 애정, 로맨스
러닝타임: 123분
등급: 15세이상관람가
# 이선균 Says..
누구나 ‘로맨틱 코미디’하면 젊은 남녀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달랐어요.
두 남녀 주인공의 만남부터 결혼, 자녀의 탄생뿐 아니라 부모님, 여동생, 친구까지 세대를 초월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줬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 팀(돔놀 글리슨)과 그의 아버지(빌 나이)가 과거로 가 해변을 걷던 신이에요. 그때 정말 눈물이 났어요.
이야기도 좋았지만, 저도 앞으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연기를 제대로 좀 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죠. 이제 액션배우가 됐는데 왜 다시 ‘로맨틱’을 꿈꾸느냐고요? 워낙 제가 좋아하는 장르기도 하거든요.(웃음)

‘러브 액츄얼리’ 연출, ‘노팅힐’ 각본가로 유명한 영국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이번에는 ‘시간여행’을 테마로 로맨스를 초월한 ‘인생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영화는 막 20대에 접어든 주인공 팀이 아버지로부터 가문에 관한 놀라운 비밀을 전해 들으면서 시작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우리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팀은 이 능력을 이용해 제대로 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힌다.
변호사가 된 팀은 런던으로 거주지를 옮기고, 그곳에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를 만나 첫 눈에 반하게 된다. 팀은 시간이동 능력을 적절히 이용해 메리의 호감을 얻게 된다.
팀과 메리는 평범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며, 아이도 낳는다. 일반 로맨틱 코미디나 동화라면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을 내야겠지만, ‘어바웃 타임’은 그보다 한 단계 위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이끈다. 바로 가족.

모든 것이 다 제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할 무렵, 또 하나의 시련이 닥친다. 아버지가 가족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준비 중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 시간이 모든 걸 되돌릴 수는 있어도, 순리를 거스르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팀은 깨닫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
‘어바웃 타임’은 누구나 인생에서 겪는 ‘희로애락’을 일상적이면서 덤덤한 터치로 그려내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제목 그대로 시간이 주는 가치를 되새기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인생에 있어 최고의 행복임을 깨닫게 해준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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