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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부부로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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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5-19 22:06:56 수정 : 2014-05-19 22: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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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부부의 날이다. 21일의 숫자에는 행복한 가정을 일구기 위해 ‘둘(2)이 하나(1)가 돼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경남 창원에 사는 한 목사가 어린이날 “우리 엄마 아빠가 함께 사는 게 소원이에요”라는 한 어린이의 TV 인터뷰를 보며 충격을 받아 부부의 날 운동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부부간의 사랑을 금슬상화(琴瑟相和)라고 한다. 현의 수가 다른 거문고와 비파는 잘 타야만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다반향초(茶半香初)라고 하는 이도 있다. 차를 반쯤 마셨는데도 향기가 처음처럼 여전하다는 것으로, 변함없는 사랑을 얘기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아니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되도록 사는 것은 ‘험난한 길’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우스갯소리는 흔하게 듣는 우리들의 얘기다. 남편 생일 선물 챙기는 것을 아내가 잊어버렸다. 아내는 퇴근한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다. “여보, 정말 미안해요.” 그러자 남편은 “내가 바라는 건 선물이 아니라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오.” 무엇인가 한참을 생각하던 아내는 말했다. “당장 가서 선물 사올 게요.”

그러고 보면 황혼결혼, 황혼이혼은 어제오늘의 얘기도 아니다. 주위만 둘러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시대다. 황혼이혼 비율이 신혼이혼을 추월한 지는 오래됐다. 황혼이혼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황혼결혼, 황혼이혼을 주책이라고 폄하하는 시대도 아니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지만 행복한 부부도 수없이 많다. “부부란 무더운 여름밤 일찍이 잠을 청하다가/ 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 순식간에 둘이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중략)… 연고를 너무 많이 짜/ 이곳저곳 다 바르고/ 어디 바를 데 없나 싶어 찾고 있을 때/ 아내가 치마를 걷고/ 배꼽 부근을 내미는 사이다’(문정희 ‘부부’)

부부는 100점과 100점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40점과 60점이 만나 100점을 향해 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해로동혈(偕老同穴: 함께 늙고 한 무덤에 묻힌다). 신혼부부라면 누구나 이를 꿈꿀 것이다. 부부간의 행복은 ‘작은 일’에서 비롯되는 게 보통이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부부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고생이 많다는 몇 줄의 쪽지, 살며시 손 한 번 잡아주는 따뜻한 배려라고 하면 ‘꼰대’ 소리 듣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옥영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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