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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시용 ‘닥치고 수학’… 학생엔 ‘공포의 괴물’

입력 : 2014-04-07 07:45:37 수정 : 2014-04-07 09: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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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수학교육] 본보, 초중고생 1443명 설문
“수학, 창조를 더하고 가치를 나누다.” 오는 8월 지구촌 최대의 수학 이벤트가 될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ICM)’ 유치를 기념해 정부가 ‘수학의 해’를 선포하며 내건 표어다. 2년 전 ‘수학교육의 해’를 선포했던 정부는 수학이 창조경제의 기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수학이 ‘입시 정글’에서 괴물이 돼버린 점을 정부가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에게 ‘공포를 더하고 고통을 가중시키는’ 수학 교육의 실태와 개선 방향을 4회에 걸쳐 싣는다.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세계 최상위인데 자신감은 바닥인 나라.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나갔다 하면 상위권을 휩쓰는데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 수상자는 한 명도 없는 나라. 바로 대한민국이다. 논리적·창의적 사고력을 키워 주는 수학이 우리나라에서는 ‘공포’ 그 자체다. 고교·대학입시 당락을 좌우하고 진로까지 바꿔버리는 위력 때문이다. 급기야 학교 현장에서는 수학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르고, ‘수학포기자’(수포자)가 확산하고 있다. 우리의 수학교육에 골병이 단단히 든 것이다. 
정부가 선포한 ‘2014 한국 수학의 해’를 맞아 실시한 세계일보 설문조사에서 이런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초등학교 5·6학년, 중·고등학교 1·2·3학년 1433명을 대상으로 수학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 6일 분석한 결과, 수학에 흥미를 느낀다는 학생이 60.2%(‘매우 재미있다’ 13.9%, ‘재미있는 편’ 46.3%)로 그렇지 않다는 학생 39.9%(‘매우 재미없다’ 14.9%, ‘재미없는 편’ 25.0%)보다 많았다.

문제는 상급학교로 올라갈수록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매우 재미있다’는 응답률이 초등 5학년은 21.8%였으나 중3은 10.4%로 뚝 떨어졌고, 고3은 고작 5.3%에 불과했다. 수학을 아주 재미있어 하는 고3은 초등 5학년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반면 ‘매우 재미없다’는 응답률은 초등 5학년이 5.1%, 중3 16.4%, 고3 22.6%로 고3이 초등 5학년의 4배에 달했다.

수학이 재미없다는 학생들은 그 이유(복수응답)로 ‘어려워서’(50.4%)를 가장 많이 꼽았고, ‘공부할 양이 많아서’(28.5%)와 ‘성적이 안 올라서’(21.0%), ‘필요성을 못 느껴서’(15.9%)라는 응답도 많았다.

이는 수학 사교육과 선행학습 열풍, 수포자 양산으로 이어졌다.

전체 학생 10명 중 6명(57.6%)이 ‘현재 수학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8명(82.8%)은 한 학기 이상의 선행학습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포자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수학을 포기했다’는 응답률이 초등학생은 1%대에 머물렀으나 중3 11.5%, 고3 12.0%로 치솟았다.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률 역시 초등 5학년 9.7%에서 중3 26.8%와 고3 22.6%로 껑충 뛰었다. 중·고교생의 경우 10명 중 3∼4명이 사실상 수포자에 해당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이 수학을 어렵게 느끼기 시작하거나 수학을 포기한 시점이 ‘중학 시절’에 집중되는 등 대다수 학생이 중학교 때 ‘수학의 고비’를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동흔 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은 “정답과 오답을 명확히 분리하는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문화가 수포자를 낳고 있다”며 “진도를 나가는 것에 목매어 학생의 오류를 그저 ‘나쁜 것’으로 간주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강은·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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